충북 전통시장의 재발견- <6>단양구경시장

‘울고 갔다 울고 나오는 곳.’

충북 단양에 처음 들어올때는 사방이 산으로 막혀 귀양 온 것 같아서 울고, 단양을 떠날때는 순박하고 인심 좋은 이웃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운다고 한다. 예로부터 단양은 소백산과 금수산의 정기를 받아 이곳 주민들은 온순, 순박하고 인심이 좋기로 알려져있다.

구수한 인심과 코끝을 찌르는 알싸한 마늘 향기 따라 만학천봉을 돌아 수백리길을 냅쳐온 장꾼도, 죽령 높은 재를 넘어온 남도 과객도 단양장에 이르게 된다. 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단양의 특산물 ‘육쪽마늘’. 다른 지역 마을이 대개 10~12쪽인데 비해 단양 육쪽마늘은 한 통에 여섯쪽이 틀어박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을이면 단양시장은 마늘 대목을 맞는다. 하지를 지나 수확한 단양 육쪽마늘과 고추가 시장에 산더미처럼 쌓이기 때문이다. 단양의 마늘은 저장성이 좋아 오래 두어도 쉽게 무르지 않는다.

단양 햇마늘은 하지부터 출하하기 시작해 11월께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 마늘을 구입하려면 지금이 딱 적기인 셈이다. 단양시장에는 마늘만 전문적으로 파는 골목이 형성돼 있을 정도로 번성해 있다. 단양시장 상인회 소속 상인들은 다른 지역에서 난 마늘을 취급하지 않기로 원칙을 정해 놓았다.

마늘 외에도 소백산 자락에서 나는 토종꿀이나 약초, 산더덕, 영지버섯, 상황버섯 같은 임산물도 좌판 한자리를 차지한다. 잠깐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좌판에서 마늘순대나 수수부꾸미, 메밀부침 등을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단양을 찾는 사람들은 단양을 산천이 수려해 가히 신선이 살만한 곳으로 이야기하지만 구경시장 상인들은 구수한 사람의 정취가 묻어나 살기 좋은 단양이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사람 사는 소리가 나는 단양구경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단양팔경에 시장을 더해 ‘단양구경’

단양의 도읍지가 상진·도전·별곡 지구로 옮겨온 것도 벌써 25년이 됐다.

단양은 관광개발에 따른 도시화로 정갈하고 반듯한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옛 단양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옛 단양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달팽이 걸음으로 그리 빨리 변화되지 않고 있는 단양 전통시장인 ‘단양구경시장’이다.

시골 노인네들의 적은 양이지만 손수 기른 채소나 콩, 소백산에서 채취한 산나물 등이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고, 큰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볼 수 없는 옛날 생활용품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단양구경시장은 1985년 충주댐 건설로 구단양 주민들이 신단양으로 이주하면서 설립됐다. 긴 세월 동안 상인들이 하나 둘 모여 형성된 일반적인 자연발생적 재래시장과는 다르다. 계획적으로 조성된 시장이어서 시설은 깔끔했지만 정신·문화적 전통의 단절로 한동안 황량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시장상인들과 단양군, 관광협의회의 노력으로 나름의 전통을 창조해내고 사람냄새를 만들어내면서 개성 만점의 전통시장으로 변신했다.

현재 구경시장은 부지면적 1만4천34㎡에 점포수 120여개와 노점 40여곳이 성업중이다. 주요 거래품목은 잡곡과 채소 등 농산물과 생선류·의류·공산품이다.

또 소백산 토종꿀과 산더덕·영지버섯·야생 상황버섯 등을 구하러 오는 이들도 많다. 매달 1·6·11·16·21·26일에는 5일장도 병행해 열린다.

단양군에는 단양장·영춘장·매포장 등 5일장이 서는데 그 중 가장 큰 장이 바로 단양장이다.

2000년대 들어 단양군의 행정지원으로 시장건물 개축, 화장실 개보수, 아케이드와 주차장 설치 등 현대화 사업이 이뤄졌지만 상인들과 고객들은 오래된 종교처럼 옛 것을 고수하며 좀처럼 변하지 않아 그대로 볼거리가 되고 있다.

단양구경시장은 지난해 문화관광형 시장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단양 전통시장을 ‘단양 구경시장’으로 개명했다. 단양팔경에 시장을 더해 ‘단양구경’이 된 셈이다. 단양구경시장은 옥순봉 등 단양을 대표하는 `단양팔경’에 하나를 더한 아홉 번째 볼거리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단양시장 명물 ‘마늘전 거리’

강산이 변하는 세월속에서 구경시장 저잣거리에는 여기 저기 명물도 많이 탄생됐다.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집중되는 곳은 단연 마늘전 거리다. 한 블록에 걸쳐 마늘 상점이 길 양편을 가득 메우고 있어 일대 장관을 이룬다.

단양육쪽마늘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늘을 넣어 만든 단양흑마늘 닭강정, 마늘순대와 마늘만두 등 이 시장에만 있는 마늘음식을 맛볼 수 있다. 단양의 특산품인 육쪽마늘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골목으로, 해마다 8월에 열리는 단양마늘 5일장 행사 때와 10월 단양 육쪽마늘축제 때에는 전국에서 마늘을 구입하러 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 곳을 찾은 한 여행객은 “어마어마하게 매달려 있는 마늘냄새로 드라큘라도 감히 얼씬하지 못할 매력적인 골목”이라고 우스갯 소리도 내놓는다.

▶북 아래 펼쳐지는 이색 문화공연

북 이름은 ‘장보고’. ‘장을 보다’는 의미와 함께 해상왕 장보고처럼 구경시장의 위세를 크게 떨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말이면 북 아래에서 각종 문화공연이 펼쳐진다. 지역의 문화단체가 지역 역사인물을 소재로 해 만든 ‘청산별곡’ 공연을 비롯해 특별기획 프로그램인 뻔뻔 한마당, 웰빙축제 등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도보거리에 있는 단양 관광지

구경시장을 돌아 먹거리로 배를 채웠다면 시장 옆에 자리한 단양다누리 센터에 남한강 자생 어종을 비롯해 세계의 담수 어종을 만나볼 수 있다.

시장 맞은편 양방산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을 체험해 볼 수 있고, 선사시대·구석기·청동기·철기를 아우르는 유물들을 살펴볼 수 있는 수양개 선사 유물전시관 을 찾아 볼 수 있다. 또 고수대교를 건너면 종유석을 볼 수 있는 고수동굴과 남한강 상류 쪽에는 도담삼봉 등이 도보 거리내에 있다.

▶고객 발길 붙잡는 토요시장 5대 전략

단양구경시장 상인들은 현대화에 발맞춰 새롭게 거듭나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9월부터는 토요시장을 개설했는데, 주로 주말에 시장을 찾는 관광객들을 잠재적 시장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다.

이에 토요시장을 위한 다양한 장치도 마련됐다.

먼저 ‘단양 토박이상인’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토요시장에는 노점상이 아닌 단양지역 토박이 상인들이 참여해 전통시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품질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제도다.

토요장터 인증상인에게는 친절교육을 실시하고 판매를 권장하는 쇼핑백, 비닐봉투, 무료점심 등 토요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또 ‘토요시장지킴이’를 구성해 원산지표시제를 위반하거나 토요시장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해서는 경고, 퇴출 등 징계조치도 취한다.

토요시장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재미있는 볼거리’, ‘좋은 물건 살거리’, ‘맛있는 먹을거리’, ‘신나게 즐길거리’, ‘잊지 못할 추억거리’ 5대 전략도 마련했다.

재미있는 볼거리는 문화공연, 사진전, 장보고 타고 등 행사가 마련되며, 좋은 물건 살거리는 친환경 농산물, 상인회가 인증한 할머니장터 토속상품, 마늘고추장, 마늘장아찌 등 단양 농특산품이 준비된다. 맛있는 먹을거리는 구경시장의 인기 먹을거리인 마늘순대, 웰빙보리밥, 메밀전병, 마늘만두, 마늘찐빵, 수수부꾸미, 흑마늘 닭강정 등을 맛 볼수 있으며, 신나게 즐길거리는 시장을 중심으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다누리 아쿠아리움, 장미터널, 단양팔경 등 탐방 코스를 경험해 볼 수 있다.

잊지 못할 추억거리에서는 떡메치기, 뮤지컬 청산별곡, 경품 추첨 등 다양한 체험이벤트 행사에 참여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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