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체육인을 찾아서-<13> 최철남 소프트볼연맹 회장

“앞만 보고 내달려 오다보니 벌써 일흔이라는 나이가 코앞이네요. 이제 겨우 주위를 둘러보며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할 일들을 찾고 있습니다. 설마 너무 늦은 것은 아니겠죠?”

음지에서의 봉사실천이 몸에 배여 있음에도 정작 본인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며 쑥스러워 하는 대전시 체육회 소프트볼연맹 최철남 회장(67·대전 남영의료재단, 천안 남경의료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대전에서 펼쳐지는 각종 체육행사에 의료진을 파견해 표시나지 않는 봉사를 실천하던 중 체육인들의 순수함과 열정을 확인한 최 회장이 직접 소프트볼 회장을 맡아 체육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평양 출신으로 1·4후퇴때 8남매와 함께 남하한 어린 최 회장의 지나온 삶이 그리 만만하지 않았음은 사실이지만 이북출신 특유의 부지런함과 열정이 지금 최 회장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다.

학창시절 축구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며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던 최 회장은 고교졸업 무렵 여러 대학교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을 정도로 실력을 겸비했다. 하지만 변변한 실업팀하나 없던 당시 축구계의 현실 앞에서 ‘입하나 덜어야 되는 입장’인 최 회장에게 축구선수로서의 삶은 ‘사치’일 수밖에 없었다.

좋아하던 축구와 인연을 끊고 생계를 위해 건축공학을 전공, 평범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게 되면서 체육계와의 인연을 뒤로한 최 회장, 그러나 그의 가슴 한구석에서 꿈틀거리는 체육에 대한 애정과 열망은 가슴앓이 로 남아 있었다.

“올해 초 늦은 나이에 체육회 소프트볼 회장을 맡았습니다. 젊은 회장들의 패기와 열정을 보고 부럽기도 하지만 수 십년 동안 가슴속에 품고 있던 체육에 대한 가슴앓이를 회장을 맡은 이번 기회에 모두 쏟아 버리고 싶습니다.”

최 회장의 말속에서 단호함을 넘어 비장함까지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가슴속에 품고 있던 체육에 대한 강한 열망과 체육인으로서의 삶을 살지 못한 회한이 남아 있어서가 아닐까?

대전에서 노인전문병원인 남영의료재단과 천안의 남경의료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1년 365일 쉬지 않고 출근해 환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의사, 간호사 등 200여명의 식구들은 “친아버지, 할아버지같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솔선수범이 생활화 된 이사장님의 일상을 보면 느슨해진 마음을 추스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형편이 어려워 병원을 찾지 못하는 노인환자들을 하나 둘, 무료로 치료하다보니 전체환자의 10%를 넘어서는 상황”이라고 귀뜸하는 원무과 직원은 “병원운영에 심각한 지장이 없는 한 이사장님의 무료진료는 계속될 것”이라며 “겉으로는 호랑이 같이 무섭게 보이지만 약자를 배려하고 인정을 베푸는 진정한 히포크라테스”라고 전한다.

“회장 임기동안 소프트볼 전용구장을 꼭 만들어 주고 싶다”는 최 회장은 “기금 조성만이 회장 역할의 전부가 아닙니다. 선수들에게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픔을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합니다”라고 밝혔다.

사재를 털어 전용구장에 걸맞는 마땅한 땅을 매입하기 위해 오늘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최 회장. 꼭 하고 싶었던 축구를가슴에 품고 체육에 대한 아쉬움을 소프트볼을 통해 훌훌 털어버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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