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전통시장의 재발견-<2>청주육거리시장

빵빵거리는 경적소리와 하늘 높이 치솟은 콘크리트 빌딩들. 도심의 바쁜 일상 속에도 마음을 든든하게 하는 사람 향기가 가득한 곳이 있다. 도심 속 사람냄새를 풍기며 따스한 온기를 내뿜고 있는 ‘전통시장’이 바로 그 곳이다. 청주는 도시화로 전통시장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옛 전통시장의 향수와 정서는 문화에 담고 현대화 시설로 편리를 더해 새로운 시장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청주시장의 과거와 현재

청주시에는 현재 15개의 상설시장(재래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중에서 남주동 시장이 역사가 가장 깊고 현재에는 석교동 육거리시장이 청주의 재래시장을 대표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서문시장, 중앙시장, 북부시장이 생겨났으며 도시가 외곽으로 발달함에 따라 운천시장, 사직시장, 복대시장, 사창시장, 내덕자연시장, 복대가경시장, 하복대시장, 가경터미널시장, 수곡시장, 원마루시장 등이 생겨났다.

청주는 바다가 없는 내륙도여서 쇠전, 미곡시장, 약전, 목물전 등이 발달했다. 개화기 이전,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소금이나 비린 자반은 금강 소금 배의 종착지인 부강 개펄장(구들기 장터)에서 우마차, 또는 지게에 의해 운반됐고 경부선이 나면서부터는 물량공급지가 연기군 조치원으로 바뀌었다.

특히 청주 저자거리 어물전에서 거부가 돼 교육자의 길을 걸었던 청석학원의 설립자인 고 김원근씨의 일화는 유명하다. 청주 저자바닥 어물도가의 상권을 한 손에 쥔 장본인으로 12세 나이에 기름장수로 출발한 그는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청주 저자바닥을 휩쓴 거부가 됐다. 기름장수로 어물장수로 부강나루터와 조치원 장바닥을 누비며 한푼 두푼을 모아 둔 것이 청석학원 설립의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행정적으로는 청주의 5일장은 폐쇄됐지만 실제적으로는 2일, 7일 장날이 남주동, 육거리시장에서 어김없이 열린다. 이는 장을 중심으로 생활을 해오던 내륙 주민의 오래된 습성이고 또 생활문화이기 때문이다.

청주 장날이 오면 미원, 오창, 내수 등 청주 인근의 장꾼이 몰리고, 육거리 일대는 인도마저 노점상이 점거할 정도로 일대 혼잡을 빚는다.

현재는 청주시에서 재래시장의 활성화 대책으로 육거리시장에 아케이드 공사를 벌이는 등 행정적 지원을 하고 있으며 자체 상가 번영회에서도 상품권 발행, 편의시설 마련 등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다.

▶역사 깊은 청주읍성 밖 ‘남주동 시장’

남주동 시장은 청주 읍성 밖의 상설시장이었던 청주 저자거리에서 장이 섰다. 구 청주약국에서 조흥은행 앞을 지나 남주동에 이르는 길을 현지주민들은 아직도 ‘제자거리’라 부르는데 이는 ‘저자거리’의 사투리다.

청주읍성 청남문 밖에는 상설시장 격인 저자시가 열렸다. 저자시는 아침 인시(오전 4시~6시)~묘시(오전 6시~8시)간과 저녁 두 차례에 걸쳐 섰는데 아침 장이 저녁 장 보다 규모가 컸다.

청주읍성 밖의 저자거리에는 두부전, 떡전, 어물전이 있었고 그 아래 남주동 쪽으로는 자리전, 목물전, 싸전(미곡시장), 나무전, 옹기전, 포목전이 연이어져 있었다. 그 전보다 쇠락하긴 했으나 남주동 일대에는 아직도 목물전, 옹기전, 어물전, 포목전 등이 운영되고 있다.

▶청주 최대의 재래시장 ‘육거리시장’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 및 남문로1가 일대에 위치한 육거리 시장은 1950년 이후 형성된 청주의 대표적 재래시장이다.

상설시장이며 일부에서는 5일장의 흔적인 2일, 7일장이 서고 있다. 시장의 역사는 남주동 시장에 비해 짧으나 상권은 이를 앞지르고 있다.

여섯갈래의 길이 만나는 중심에 위치한 육거리시장은 자연발생적 시장으로서 조선 말에 시장이 형성됐는데, 무심천변에 가축시장(우시장)이 개시되고 그 근처에서 농산물 및 땔감 상인과 국밥집이나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간이 분포했는데, 이것이 육거리시장의 유래라고 전해지고 있다.

육거리시장이 그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950년 한국전쟁 직후이고, 1980년대에 ‘깡시장’이라고 불리던 남주동 농수산물 시장이 신봉동 청주시 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옮기면서 지금의 육거리시장 위치인 석교동으로 상업활동의 중심이 이동했다.

육거리시장은 단일건물내의 시장이 아니며, 도로를 포함한 시장의 부지면적은 약 3만평으로 노점상은 주로 석교 1로, 석교로, 은행나무 길에 집중되어 있다. 2005년 3월에는 두 차례의 화재로 점포 16개 동이 소실되기도 했다.

육거리시장의 상권은 청주시 전역과 주변지역(조치원,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 일부)을 포함하는 광역시장으로 농산물, 특산물, 건어물, 식료품, 그릇 등을 거래한다.

▶전국 재래시장 벤치마킹 1순위

재래시장상품권 발행, 대형아케이드 설치, 루미나리에 설치 등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로 전국 재래시장 벤치마킹 1순위로 떠오른 청주 육거리 시장.

2년 연속 전국 시범시장 선정과 한국종합유통대상, 자구노력부분 경쟁력평가 최우수 시장 선정, 대통령 수상 및 전국우수시장박람회 기간중 우수시장 선정, 녹색클린시장 공동마케팅 우수사례 및 전국우수시장박람회 기간중 우수시장 선정 등 그동안 육거리 시장의 수상 실적만 봐도 경쟁력을 잃고 있는 재래시장의 치열한 몸부림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아케이드, 쉼터, 주차장 등 현대화 시설에 주력했다면 최근에는 단순히 물건만 사고 파는 곳이 아닌 문화를 담고 있다.

육거리시장은 최근 ‘향수의 전통시장 만들기’를 테마로 품바공연, 타악공연, 전통혼례 등 각종 공연이 일주일에 1~2차례 펼쳐지면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추가해 고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또 청주시상권활성화관리재단에서 지원하는 청주시 상권활성화 빈점포 활용 프로젝트를 적극 활용해 육거리는 전통시장의 단점인 고객들의 휴식공간과 문화공간을 마련했다.

38평의 빈점포를 활용해 ‘방가방가 시장 놀이터’와 ‘추억의 영화관’을 만들고 ‘고객과 소통’을 소상권 활성화 방안으로 선택한 것이다.

방가방가 시장 놀이터는 시장 고객들의 쉼터와 함께 다양한 문화교실·교육이 진행된다. 매주 화요일에는 시장동아리 풍물단이, 매주 토요일에는 어린이 경제교실이, 매주 목요일에는 상인과 고객이 함께하는 노래교실로 합창단 구성을 진행중이며 청년장사꾼을 위한 창업교실과 엄마와 시장에서 장보고 요리하는 어린이 요리교실 등 교육이 계획돼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추억의 영화관이 운영된다. 전통시장의 이미지에 걸맞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별들의 고향, 토지, 오발탄, 고교얄개 등 1970년대 영화를 상영하면서 이색적인 문화 이벤트를 운영한다. 또 프로그램이 없는 빈 시간대에는 시장을 온 고객들에게 개방해 모임장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 공용쿠폰제 실시, 원산지 표시 사업, 홍보책자 발간 등 다양한 사업 추진과 김장김치 대축제, 추석 한마당 축제 등 고객 유입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또 문화공연장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젓갈시장, 반찬전문시장, 공예품시장, 액세서리 전문시장 등 다양한 형태의 특화시장을 육성할 방침이다.

이처럼 청주의 고유한 지역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고객들과 소통의 방법을 찾고 스스로 활로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활기를 띄면서 청주 전통시장은 새로운 모습의 상권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대형마트의 편리성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전통시장에 들러서 상인들과 흥정도 하면서 따뜻한 정과 추억을 나눠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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