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전통시장의 재발견-진천장<1>

장은 사람이 오가는 길목에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다. 사람이 오가니 물건을 파는 이들이 모여들고 또 그 물건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람과 사람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 우리네 전통시장인 셈이다.

그만큼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들이 살아 숨쉬고 있는 전통시장은 생활전반에 필요한 의·식·주 등 다양한 충북 고유의 민속 문화 자원이 남겨져 있다.

타시도와 다르게 지형적인 특징과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지역 고유의 의식주 문화를 일궈왔던 충북 사람들의 과거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기에 전통시장은 안성맞춤이다.

충청매일은 ‘2012충북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현재 전통시장은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충북 곳곳에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전통시장을 찾아 숨겨진 민속문화 자원을 발굴하고 충북 문화콘텐츠로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

 

천혜의 자연환경과 비옥한 농토, 후덕한 인심에서 ‘생거진천’이라 불리우고 있는 충북 중북부에 위치한 진천.

진천은 자연의 순리를 지켜 사계절 특징이 뚜렷하면서도 오염되지 않은 산하는 계절별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고장으로 꼽힌다.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진천에는 사람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장이 형성됐고 지금은 전국 5대장 중 하나인 ‘진천장’에 전국의 보부상들이 몰려들고 있다.

진천읍내로 들어서면 꽃장식 다리가 보이고 그 아래로 백곡저수지에서 흘러오는 백곡천이 흐른다. 백곡천변 양옆으로 위치한 주차장을 지나면 ‘진천재래시장’ 입구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가는 날이 장날’이란 속담은 뜻하지 않은 일을 공교롭게 당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적어도 오일장 날짜에 맞춰서 간다면 더 반가운 풍경이 펼쳐진다.

매 5일과 10일이면 진천터미널 주변은 일찍부터 물건을 팔려는 사람들과 살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어 활기찬 장터를 형성한다.

빛깔 고운 말린 고추부터 밭에서 막 뽑은 듯한 채소, 신선한 과일, 심심한 입을 달래주는 강냉이와 건빵, 잡곡 등 갖가지 먹거리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장닭, 오골계, 고양이, 강아지, 토끼 등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오실때가 됐는데 왜 안오시나 했네.” 5일마다 열리는 시장에도 단골은 있다. 무슨일이 있나 안보이면 궁금하고 만나면 서로의 안부를 묻는 모습은 단순히 거래를 위해 마주하는 각박한 도시의 마트와 차원이 다른 사람 사는 맛 ‘정’ 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조선시대부터 명맥을 이어오는 ‘진천장’

‘진천장’은 진천군 진천읍 읍내리에서 매월 5일, 10일, 15일, 20일, 25일, 30일에 열리는 오일장으로 진천정기시장, 진천재래시장으로도 불린다.

진천읍 일원의 도로를 중심으로 조선시대부터 명맥을 이어오던 진천장은 1911년 9월 읍내리 장터거리에 개설됐다.

1976년 3월 9일 읍내리 120-4번지 일대의 현재 위치로 노점상을 유도해 군민의 농산물 거래 및 생활필수품 구매에 활용토록 도모했으며 2008년 4월 정식 시장으로 등록됐다.

진천장(鎭川場)은 일제강점기에는 진천읍내장이라 했는데 진천군에서 가장 큰 면적과 이용객 수를 자랑하는 중심시장이었다.

읍내리 4구의 소전거리에는 군내에서 가장 큰 우시장도 있었다.

소전거리의 우시장은 진천군 진천읍 장관리 55-2번지로 이전돼 부지 면적 4천910㎡의 가축시장으로 발전하다가 1984년 12월 18일 충북도 고시 101호에 의거해 폐시됐다.

진천장은 1926년에는 5일과 10일에 개시됐으나 1938년에는 3일과 8일에 개시됐으며 1938년의 연간 판매액은 25만9천177원이었다.

이후에 진천장은 다시 5일과 10일에 개시됐는데 1964년에는 고정 점포 상인 210명, 이동 점포 상인 420명, 소비자 3천980명, 1일 판매액은 1천37만원 등의 현황을 나타냈고 1970년 말에는 점포가 378개에 이르렀다.

1980년대 중반에는 시장 이용객 수 약 3만명, 시장 면적 약 290㎡, 고정 점포와 이동 점포 등을 합한 전체 점포수 454개 등의 현황을 나타냈다.

1995년에는 진천군 농업경영인연합회에서 1억5천만원을 투자해 재래시장내에 진천군 농업경영인직판장을 개설, 지역의 농·특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진천장은 52개의 점포와 300여개의 노점을 중심으로 상설시장화가 진행중이며, 5일장과 10일장에는 500~600여명의 상인들이 좌판을 펴는 등 성황을 이루고 있다.

주로 쌀, 고추, 마늘 등과 잡화, 생선 등이 거래되고 있는데, 특히 진천 지역 토속 음식점과 먹을거리 장터가 성시를 이룬다.

 

▶전국 보부상들이 늘어놓는 흥정소리

진천장은 오랫동안 전통적인 농촌 사회에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고 주민간의 의사소통을 통한 정보 교환, 각종 민속행사 및 유흥 장소로서의 기능을 자연스럽게 이어왔다.

명절 즈음에는 인근 시·군 지역 주민들까지 찾아와 함께 어우러져 옛 정취를 만끽하는 곳이 되고 있다.

특히 전국 보부상들의 중심시장 역할을 해왔던 진천장은 잣고개를 넘어온 청주·오창장꾼, 광혜원이나 구말장꾼, 충남 병천에서 서고개나 부엉산 고개를 넘어온 장꾼 등 사발막걸리로 향수를 달래던 장꾼들이 피리를 불고 풍물을 울렸던 곳이다.

여전히 전국의 장터를 따라 돌아다니는 장돌뱅이와 보부상들이 진천장을 찾아 좌판을 펴고 늘어 놓는 흥정소리가 울려퍼진다.

보부상들은 진천장에서 중간시장인 증평장과 소시장인 이월장으로 이동하고 이들 시장에서 음성장으로 모여들어 음성장에서 중간시장인 괴산장으로 이동했다가 장호원장으로 이동했다.

또는 진천장에서 증평장으로 이동해 5일간 휴식하고 오창장과 옥산장으로 이동했다가 조치원장으로 이동하거나, 진천장에서 성환장으로 이동하고 안성장으로 이동했다가 소시장인 만승장과 덕산장과 장호원장으로 연이어 이동한다.

 

▶2014년 성석리로 이전…제2의 도약 준비

진천장은 2014년 진천읍 성석리로 자리를 옮겨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협소한 자리로 캐노피 등 상인과 고객에 대한 편의시설 제공에 차질을 빚어, 상인들의 협조를 통해 이전을 결정했다.

그만큼 진청장이 오일장 다운 특색을 잘 유지하면서 타 재래시장과 차별화되는 시장으로 거듭나기위해서는 과제가 많다.

먼저 오일장 다운 특색을 잘 유지하기 위한 행정이 필요하며, 타 재래시장과의 차별성과 지역의 특화상품을 부각시켜야한다.

현재 진청장하면 ‘오일장’이 떠오르지만 차별화되는 특화상품이나 차별성은 생각해내기 어렵다.

이에 진천군과 생거진천전통시장상인회는 농다리, 종박물관, 보탑사 통일대탑 등 관광지를 연계한 시장투어를 통해 오일장을 특화시키고, 진천오일장만의 특화상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신영숙 생거진천전통시장상인회장은 “최근 시장투어로 관광객 유치 등 오일장을 활성화하기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관광지와 연계한 시장투어를 통해 오일장을 특화시키고 평소에는 상설시장화해 상인들과 고객들에게 더 큰 만족을 주는 시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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