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60년 만에 찾아온 흑룡의 해이다.

들뜬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글로벌 경제 위기를 시작으로 유럽발 재정위기, 이에 더해 전 세계의 기상 이변 현상으로 104년 만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 살인적인 무더위 등으로 우리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다. 그러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의 쾌거 소식은 우리의 지친 삶의 피로 회복제가 됐고 우리가 함께 단결되는 계기가 됐다.

온고지신이란 말과 같이 우리 현재의 삶과 과거의 삶을 비교해 보고, 이웃나라 일본이 경제대국이였던 시절에 그들의 생활방식을 되돌아보아, 우리의 장점을 부각시켜 더욱더 풍요롭고 부강한 국가로 발돋움하는 뜻에서 오래된 이야기지만 내가 겪었던 일본인의 근검절약 정신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한다.

내가 처음 일본인을 접하게 된 것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였다. 그 당시 공산품의 원재료를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한 후 가공해 제품을 외국으로 수출하는 시대였다. 그 당시 내가 근무하던 회사도 일본에 OEM방식으로 수출을 했다. 일본의 40대 계장과 우리 직원이 함께 입회 검사를 꼼꼼히 하고, 제품 생산과정에서 완제품 포장까지 검사를 실시해 리포트를 작성했다. 리포트 작성은 연필로 했다. 잘못 쓰면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연필로 쓰는 것이었다. 우리는 볼펜으로 쓰다가 잘못 쓰면 찢어버리고 다시 썼다. 우리들이 보관하고 있는 제품 규격은 타이핑을 해 예쁘게 꾸며 놓았으나 그들은 연필로 작성해 규격의 수정이 필요하면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수정했다. 실리적이며 편리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계장이 10년 넘은 볼펜을 사용하고 있던 것이었다. 아니, 잃어버리지도 않는다는 말인가? 근검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익어 볼펜심만 바꾸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근검절약 정신은 거기서 머무르지 않았다. 그들이 검사차 출장을 오면 처음엔 숙소를 호텔로 정해주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숙박을 했지만 몇 번 방문 후엔 한 단계 낮은 장급 여관으로 숙소를 정하였다. 그들을 보며 과연 나는 체면상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반문해 보았다. 그들은 체면보다 실속을 챙기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혹독하게 그들을 경제적 동물이라고 비하하면서 이야기를 하곤 했지만 몸에 배어있는 근검절약 정신이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우뚝 솟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현재의 경제상황은 상당히 어려워졌지만 그들의 근검절약 정신은 본받을 만한 것이라 생각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체면 때문에 없어도 있는 척, 안 먹어도 먹은 척, 모르면서도 아는 척, 남이 하니까 안할 수 없어서 우리 사회에서는 외적인면의 평가가 높기 때문에 체면과 척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경제가 어려운 현시점에서 남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나의 현실에 맞게 행동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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