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말복이고 입추다. 그렇지만 연일 35도를 웃도는 온도로 입에 “덥다”라는 말을 달고 산다. 찜통더위, 불볕더위, 땡볕 더위, 살인 더위, 가마솥더위, 가뭄더위, 삼복더위, 늦더위, 된더위. 그 종류도 다양한데 올해는 이 모든 더위가 한꺼번에 온 듯하다. 이 더위를 조금 객관적으로 표현하여 기상청에서는 폭염 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기상청에 의하면 8월의 폭염 일수가 7월보다 두 배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의 더위를 보면 예년에 흔히 있던 더위지만 점점 더 더위를 느끼고, 더위를 타는 이유는 무엇인가? 20~30년 전만 해도 피서나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나 부채 하나로 여름을 지냈지만, 지금은 더위를 이기는 내서지수(耐暑指數)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오늘날 더위를 많이 타는 것은 비만과 같이 문명병 증세가 아닌가 생각된다. 여기에 문명의 산물인 시멘트 건물과 아스팔트에서 발산하는 복사열도 도시 온도를 높이고 있다. 과거에는 더위를 자연으로 극복하고자 하였지만, 오늘날에는 에어컨이나 얼음과 같이 인위적인 것에 의존하여 이기고자 한다. 더위를 극복하는 데 핵심이 되는 전기 요금을 지식경제부는 복(伏) 중인 지난 6일 평균 4.9% 인상하여 더위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예전 우리 선조들은 더위를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하여 열기로 더위를 식히고자 하였다. 속요(俗謠)의 더위 타령에서는 `불구덩이 같은 각시 품에서 / 비지땀 서 되만 흘리면 / 불볕 삼복도 양풍추월(凉風秋月)이지’한다고 한다. 그리고 사흘 동안 땡볕 아래서 서 마지기 피사리만 하면 더위를 모른다고 하고 있다.

그 이열치열의 논리로 최근 한낮의 불볕더위와 한밤의 열대야를 런던에서 불어오고 있는 열기로 식히고 있다. 건국 이후 100개의 금메달을 따고, 메달밭이라는 양궁은 국민의 열망을 져버리지 않았고, 아무도 예상하지 않은 펜싱은 펜싱의 발상지인 유럽대륙을 놀라게 하였으며, 축구는 축구의 종주국인 영국을 누르고 4강에 진출하였다. 한여름 열대야를 식히고도 남는 열기이다. 우리의 젊은 전사들은 4년을 땀을 흘리고, 휴일과 명절을 반납하면서 노력해 목표를 달성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올여름의 모든 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의 4.11 총선 공천비리 의혹으로 국민의 분노를 키우고 한여름 더위를 높이고 있다. ‘혹리(酷吏)의 혹심(酷心)은 큰 더위도 재운다.’ 하였다. 즉 탐관오리의 혹심이나 부정부패가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워서 더위에 비유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정치와 관료의 부정부패는 큰 더위를 강더위로 만들고 있다. 올림픽의 스포츠 정신이 없는 정치가 한 여름을 더욱 덥게 한다.

채근담에 “더위를 없앨 수는 없지만, 더위에 시달리는 이 마음을 없앤다면 몸은 항상 시원한 다락 위에 있게 된다.”고 하고 있다. 한 여름철에는 더위를 없애고 한 겨울철에는 추위를 없애는 정치가 국민을 위하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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