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단·숙박시설 열악… 관광객, 타지로 유출 가능성 커

‘2013 오송 화장품·뷰티 세계박람회’가 지역에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을 챙기지 못한 채 남 좋은 일만 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관광객들의 소비지출은 대부분 숙박지 인근에서 이뤄지지만 청주나 청원의 열악한 숙박시설로 대전과 공주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타지자체로 관광객들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막대한 예산을 들여 남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충북도와 오송 화장품·뷰티 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현재 충북지역에는 관광호텔업 23개, 가족호텔업 1개, 휴양콘도미니엄업 7개, 관광팬션업 12개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박람회에 참가하는 300개 기업체의 상주 인원과 1일 예상 관광객 3만7천명 등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그나마 있는 관광호텔들도 대부분 시설이 낡고 영세한 업체다. ‘잠’은 잘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다.

조직위는 “대체 시설을 이용해 1만1천615개의 객실을 확보,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고 설명했다.

대체 시설이란 흔히 ‘러브호텔’로 표현되는 모텔과 공공기관의 연수원 등이다.

두 시설 모두 외국인이 이용할 경우 통역 등의 서비스가 전무하고 식사 해결에도 어려움이 많다. 모텔은 객실 규모가 작아 대규모 단체 관람객들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가족들이 머물기에도 ‘모텔’이란 곳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장소다. 연수원은 전문적인 숙박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기에 편의시설 등이 턱 없이 부족하다. 시외지역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근처에 먹고 즐길거리가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여기에 청주시내에서 박람회장까지는 셔틀버스 등 관광객을 위한 이동수단조차 없다. 이동 시간은 1시간 정도로 대전시나 충남 공주시 등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에서 걸리는 시간과 비슷하다.

관광객들의 이동을 위한 배려가 없고 소요시간도 비슷하다면 열악한 청주·청원 대신 기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곳으로 관광객들이 빠져나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문제들은 계획 단계에서부터 숙박에 대한 염두를 하지 않아 발생했다.

박람회 기본 계획 등에 인용된 모든 기준은 한국관광공사의 ‘2009년 국민여행실태조사’에 포함된 ‘당일여행’이다. ‘숙박여행’을 기준으로 한 예상치나 계획은 찾아볼 수 없다. 국제 행사를 치른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지만 정작 준비는 국내용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2009년 국민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숙박여행객들이 숙박에 지출하는 금액은 전체 경비의 14.3%다. 교통비(22.9%)나 외식비(19.6%)보다 낮은 수준이다.

중요한 점은 교통비나 외식비, 쇼핑비, 문화·오락·운동비 등 대부분의 지출이 숙박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관광객들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청주나 청원 지역에 숙박을 시켜야 한다는 뜻이지만 충북도는 이를 간과했다.

행사를 치름에 있어 무엇이 중요한가에 대한 기본적인 사전 조사 없이 그저 세계박람회를 열겠다는 마음만이 앞선 결과다.

전문가들은 대체 숙박시설의 다양화와 시설 확충, 통역, 셔틀버스 운행 등 관광객 편의를 위한 서비스를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수세계박람회처럼 교회에서 숙박을 하는 처치스테이, 폐교를 리모델링한 농업체험학습장, 캠핑장 등 이색적이고 지역 관광과 연계된 숙박시설의 개발이 필요하다.

또 박람회 기간 동안 대체 숙박시설에 관광·통역 전문가 등을 배치하고 화장실·욕실 등 편의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이와 함께 셔틀버스 운행 등으로 박람회에서 타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수요를 최대한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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