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경씨, 8년만에 장편소설 ‘탈’출간

슬픈 과거를 지닌 역사 속에 조상들의 숨결이 담겨져있는 문화재의 혼 또한 많이 사라졌다. 애절한 사랑 이야기 속에 잃어버린 문화재에 대한 예술적 가치를 녹여낸 소설이 출간돼 화제다. 

소설가 이경씨(불교공뉴스 사회· 정치 취재부장)가 8년의 산고 끝에 출간한 장편소설 ‘탈’. 소설 ‘탈’은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하회탈 복원과정을 담고 있다.

하회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국보 121호로 소장되어 있는 9개의 탈(양반, 선비, 중, 할미, 초랭이, 백정, 이매, 각시, 부네)외의 주지 가면 2개가 있다. 이외에도 총각탈, 별채, 떡달이탈이 있었는데, 일본인 미나미센키치라는 사람이 훔쳐갔다는 학설이 있었다. 더구나 이 세개의 탈을 복원하기 위해 몇몇 전문가들과 화가들이 모여 연구를 해보았는데, 끝내 완성하지 못했다는 후일담도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하회탈을 처음 제작한 허도령처럼 신탁을 받은 사람만이 가능했던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경 작가는 “지금까지 출간한 소설과 변별력이 다른 소설을 쓰기 위해 노력을 하던 중 우연히 탈에 대한 자료 수집과 나무 공예를 체험하게 됐다. 오래전 그림을 그렸던 바 있어서 나무를 다루는 일이 어색하지 않았으며, 나무의 성질을 알아내는 데 다소 힘이 들었다”며 “안동 하회마을이 새롭게 단장하기 그 이전부터 그곳을 방문해서 주민들이나 전문가들을 만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회탈에 담긴 민중의 열망과 희망, 흔적조차 사라진 3개의 탈을 복원하기위한 한 여인의 운명을 중심으로 하회탈의 예술적 가치가 재조명된다.

‘탈’ 속에서의 ‘하회탈’은 말 그대로 혼탁해진 삶 속에서 맑고 순수한 영혼의 세계를 갈구하는 작가의 치열한 삶을 투영하고 있으며, 소설 속 주인공 해인을 통해 한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삶을 터치하고 있다.

이라크전이라는 역사적 배경에 전개되는 이 소설은 주인공 해인이 어렸을 적부터 남매처럼 지내온 연인 ‘자명’이 이라크 전 참전했다는 설정을 통해 절절한 그리움을 저변에 깔아놓아 사회 전통적 관습인 ‘금기’를 뜻하는 ‘금줄’안에서 모든 고통의 감내와 인고의 노력으로 ‘하회탈’을 복원하게 된다는 외골수적인 인간적 고뇌를 객관화시키고 있다.

주인공은 30대 초반의 여성이며 이름은 해인이다. 이야기의 시점은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던 해부터 시작해 과거 회상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다가 몽환적인 세계에 갇히기도 한다.

해인이 탈을 제작하게 된 것은 안동에 있는 스승을 우연하게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하회탈 깎는 기술을 전수받은 뒤, 고향 갈전마을로 돌아와 탈 복원을 하게 된다.

그런데 연인이기도 한 자명이 이라크로 떠났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고, 더 이상 작업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갈전마을 뒷산에 있는 동굴로 들어가 금줄을 치고 탈을 복원하기에 이른다. 그녀가 깎은 모든 탈은 그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의 얼굴이었으며, 자신의 삶에 얽혀 있던 인연의 끈들을 탈 마당을 통해 소통하려 하는 것이기도 했다. 해인이 잃어버린 세 개의 탈 총각탈, 별채탈, 떡다리탈까지 모두 복원하려는 것은 결코 우연히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스승의 뜻대로 신탁을 받게 된다.   

해인은 어렵사리 완성한 탈을 가지고 산을 내려오는데, 계곡 물 속에 별채, 떡달이, 총각탈이 담긴 탈가방을 빠뜨리고 만다. 그렇게 해서 탈의 복원은 또 다시 미완성이 되고 만다.

이경 작가는  “소설을 완성하기 전 까지 한 번도 마음을 내려놓은 적이 없으며, 마음의 중병을 앓아왔다. 이는 무언가 해내야 하는 운명적 과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며 “잃어버린 문화에 대한 관심과 문화재 복원이란 단어에 애틋한 관심을 갖게 집필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끊임없이 하회탈에 얽힌 설화와 제작방법, 연구내용 등을 고증하기 위해 전문가와의 실질적인 자문도 받았고 불교적이고 샤머니즘적 성격을 규명해 내기 위해 일본 탈, 중국 탈, 아프리카 탈 등 할 것 없이 탈에 대한 연구를 독식한 결과 이 책을 펴내게 됐다.

한국의 하회탈에 얽힌 신화와 문화를 상징적으로 연계시켜 작가 특유의 직유법, 은유법 등을 철저히 배제한채 객관화시킨 문장으로 소화해냈으며, 하회탈의 가치와 예술적 아름다움을 전수하려고 하는 장인 정신을 읽을 수 있다.

한편 소설가 이경씨는 1997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오라의 땅’으로 등단했으며, 2003년 첫 장편소설 ‘는개’를 출간해 미국 하버드대학 도서관에 소장되는 영광을 안았다. 또 2007년 단편소설집 ‘도깨비 바늘’을 출간하는 등 활발한 문학활동과 현재 불교공뉴스 사회·정치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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