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용하는 지번주소는 1910년대 일제 강점기에 도입돼 지금까지 약 100년 동안 사용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도시화, 산업화 등 각종 개발로 인해 위치정보전달이 불가능해지고, 소방, 긴급구조 등 응급을 요하는 서비스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게 됨에 따라 정부는 새로운 국가표준 주소체계를 만들기 위해 1996년부터 장기간에 걸쳐 도로명주소 사업을 정책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리고 오랜 노력 끝에 지난 7월 29일 도로명주소를 고시하게 됐으며 그 대장정을 뒤돌아보는 의미로 오늘은 역사와 문화가 있는 도로명 이야기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

충북도내에는 총 1만451개의 도로명이 있으며 그중에는 특히 종교 명칭이나 역사적 인물, 유적지, 고유 지명 등을 활용한 경우가 많이 있다.

대표적인 몇가지 사례를 소개해 보면, 먼저 종교 명칭을 활용해 부여한 도로명을 살펴보면 ‘법주사로’가 있다.

보은군 속리산면의 상판리와 사내리에 소재하고 있으며, 553년(진흥왕 14년)에 의신(義信)이 창건하고 팔상전(국보 55호) 등 주요문화재가 있는 속리산 법주사의 명칭을 인용한 도로명이다. 또 보은군 보은읍 교사리의 충북도유형문화재 제95호로 지정된 보은향교를 인용한 ‘향교길’, 음성군 감곡면의 ‘성당길’은 1896년 설립돼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감곡매괴성당을 인용한 것이다.

둘째 역사적 인물을 활용한 도로명은 옥천군의 ‘성왕로’로 백제 제26대 성왕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군서면, 옥천읍, 안남면, 안내면을 연결하는 도로명이고, 진천군 진천읍의 ‘김유신길’은 삼국통일을 이룩한 김유신 장군의 태실이 있어 인용한 것이다.

셋째 유적 및 문화재 이름을 활용한 도로명은 옥천군 옥천읍의 ‘지용로’로 옥천읍 하계리에서 출생한 시인 정지용을 기리고 생가와 문학관의 위치를 반영한 것이고, 제천시 모산동의 ‘의림지로’는 삼한시대부터 내려온 깊은 역사성의 의림지를 통하는 도로구간이다.

넷째 행정구역명칭 및 마을 이름을 활용한 도로명으로 단양군 대강면을 인용한 ‘대강로’, 충주시 금릉동(법정동)의 ‘금릉로’, 청주시 상당구 성안동(행정동)의 ‘성안로’ 등이 있다.

다섯째 국가보훈기본법에 따른 희생·공헌자 등을 활용한 도로명은 대한협동회 회장 등을 지낸 독립운동가, 고종의 밀지(密旨)를 받아 이준(李儁)·이위종(李瑋鍾)과 함께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로 참석했던 진천 출신의 이상설 선생을 기리기 위한 진천군 진천읍의 ‘이상설로’ 등이 있다.

끝으로 기타 기업명 및 일련번호·기초번호 방식의 도로명으로 제천시 교동의 아세아시멘트 사원사택으로 형성된 주택단지였던 곳을 ‘아세아길’로 정했고, 기초번호 방식은 ‘상당로’의 ‘상당로10번길·상당로69번길’ 등이 있으며, 일련번호방식은 ‘용두대로’의 ‘용두대로45길’과 괴산군 칠성면 율원리의 행정리를 사용한 ‘둔율1길’·‘둔율2길’ 등이 있다. 이렇듯 도로명은 도·시·군 공무원과 주민 모두가 오랜 기간 고민하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담는데에도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100여년만에 새 옷으로 갈아 입고 우리 삶 속으로 파고 들 채비를 모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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