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대학교 ‘위기를 기회로’

지난 7월 1일 대학구조개혁위원회(위원장 홍승용)가 출범하면서 2010년부터 강력하게 추진한 대학 구조개혁 바람이 부실대학 퇴출을 현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충북권 사립대학들이 초긴장한 가운데 충북 영동의 영동대학교(총장 송재성)는 전화위복을 꿈꾸고 있다.

부실대학의 선정지표가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전임교원 확보율, 학사관리, 교육비 환원율, 장학금 지급률, 법정부담금 부담률, 법인전입금 비율, 등록금 의존율, 신입생 충원율 등으로 경영부실대학 선정기준이 지방 사립대에 취약한 지표로 구성돼 있어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자칫 부실대학으로 선정될 수 있기 때문에 지방 사립대는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다.

▶취업률, 전임교원 확보율, 법정부담금 비교 우위 : 영동대학교는 전국 149개 사립대학이 3년간 납입해야 할 법정부담금 비율이 46.3%고 대전(5개), 충남(12개), 충북(7개) 등 충청권 24개 사립대학들의 최근 3년간 법정납입금의 평균 납입률이 24.2% 수준이며 특히 충북 7개 대학은 9.9%에 불과한 반면, 영동대는 73.9%로 상대적으로 매우 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가지의 부실대학 평가지표를 보면 지방대학이 갖고 있는 공통적으로 불리한 지표인 재학생 충원율, 등록금 의존율을 제외하고는 취업률, 전임교원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장학금 지급률, 법정부담금 부담률, 법인전입금 비율, 신입생 충원율, 학사관리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건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영동대학교 서용성 기획처장(경영학과)은 “교과부가 제시하는 대출제한규제대학과 부실대학 지표 중 연간 목표 달성이 가능한 지표는 모두 안정권의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다만 지방 사립대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지표는 교과부 규정에 대응하거나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므로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지방 사립대 모두가 곤란을 겪고 있는 부분이다.

10가지 지표를 보면 대학의 기능을 학생 모집과 유지, 취업까지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각 지역에서 위치하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고 상당한 비중을 갖고 있는 것도 헤아려야 한다”고 전한다.

서 처장의 말이 비교적 합리적이라고 보여지는 것은 대학의 기능 중에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고 따라서 평가 대상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다른 대학의 타산지석이 될 영동대 구조개혁 : 2011년 영동대의 구조개혁은 피나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예산의 15%를 상회하는 33억원을 투자하고 교내 고품질 와이파이(WiFi) 무선망을 구축해 스마트 캠퍼스를 구현했으며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대학 재정, 교육 여건 부문의 강도 높은 전문 컨설팅을 추진했다.

한편으로는 학과 폐지와 통·폐합 등 1차 구조조정을 통해 1개과 폐과, 4개학과 조건부 유지, 2개학과 통·폐합, 유망학과 정원 증원을 결정했으며 1년 후 재평가를 통한 학과의 폐지 및 통·폐합도 예정하고 있다.

영동대가 이처럼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다름아닌 대학 구조 변화의 패러다임(paradigm)을 이해한 것을 기초로 한다.

서 처장은 지난해 말 교과부가 정한 대학 구조개선 지표와 대학의 환경변화의 흐름을 복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위기를 피해가는 것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유연성을 발휘했다.

칠레 푸예우에 화산 폭발로 뿌연 화산재를 잔뜩 뒤집어쓴 아르헨티나가 화산재를 이용해 벽돌을 찍어내기로 한 것처럼 교과부의 지표가 곧 화(禍)를 복(福)으로 바꿀 수 있는 지표라는 것이다.

그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은 화(禍)가 복(福)으로 우연히 바뀌는 것은 아니라면서 ‘훌륭한 사람은 화를 바꾸어 복을 만들었고 실패한 것으로 인해 공을 쌓았다(聖人 轉禍爲福 因敗爲功)’라는 중국 전국시대에 재상을 지낸 소진(蘇秦)의 말을 인용했다.

▶일반학과는 취업, 특성화학과는 교과과정 특성화로 지원 : 영동대가 성공적인 구조개혁을 장담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간단하다.

서 처장은 딱 두 가지로 구분해 대학 운영방향의 결정과 내부 구성원의 정신이라고 말한다. 한 예로 중국의 만리장성은 춘추전국시대에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지만 실제 전쟁에서는 만리장성을 넘기보다는 성문을 열어줄 내부의 반역자를 찾는데 더욱 골몰했다고 한다.

즉 성벽의 견고함보다는 내부 구성원의 정신이 더욱 중요한 키(key)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내·외부적 규정, 규제,  압력보다 중요한 것은 내부 구성원의 사고, 정신력, 단결 등이 훨씬 더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을 크게 믿고 있다.

사실 서 처장의 말에 일리가 있다.

유럽의 르네상스 전후로 종교적 제도에서 벗어나 계몽사상이 확산될 때 계몽사상의 핵심을 받아들인 미국인들은 사회의 발전 개선을 각자가 스스로 책임을 지고 노력해서 얻어야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미국인들은 어떤 지배 세력, 정부 또는 단체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자신들 스스로 얻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 결과가 200년 이상 세계적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 증거이기 때문이다.

영동대는 구조조정을 통해 내부 구성원이 단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학과 특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모든 학과를 특성화하는 것보다는 일반 학과는 취업특성화로, 특화학과는 교과과정의 특성화로 투 트랙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성화라는 것이 틈새시장을 겨냥한 것이므로 매우 빠른 변화에 적응해야 하고 지속적 투자를 해야 하므로 위험과 혼재돼 있기 때문에 모든 학과의 교과과정을 특성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바라보고 있다. 그렇지만 특성화가 필요한 학과는 확실한 투자로 특성화를 통해 전국 최고의 학과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영동대의 특성화는 크게 보건의료계열(물리치료·작업치료·치위생·간호·언어치료)과 보건산업계열(호텔외식조리·와인발효식품·뷰티캐어·의생명공학), 사범복지계열(특수교육학·사회복지·요양관리) 외 발명특허, 경찰행정, 무도, 호텔관광항공영어, 호텔외식조리 등의 학과가 있다.

▶고려대와 연구협동대학 협정 맺고 연구역량 강화 매진 : 정부가 대학의 역량강화를 위해 지원한 재정지원 효과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는 가운데 고려대학교가 국가적 차원에서 통큰 제안을 하고 첫 협정 대학으로 영동대가 선정돼 상호 협동 연구를 위한 협의를 마치고 양 대학 간 체결만 남은 상태다. 그동안 정부는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으로 5천630억원, BK21사업으로 2천370억원, WCU사업으로 1천552억원, 인문사회연구역량강화사업으로 1천258억원 등 총 1조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했지만 SCI논문 피인용 횟수가 2005년 3.05회에서 2009년 3.47회로 변동 없이 세계 순위 30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교과부와 재정부는 대학 재정지원을 대학별 또는 지역별(지역거점대학 중심)로 지원하는 체계였다. 그러나 각종 대학의 연구 횡령, 연구 부실 등 그 성과가 미비했다. 향후에는 대학 지원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고려대 제안에 눈이 쏠린다.

고려대는 대한민국의 Major대학(이하 MU)이 지방 사립대학(이하 RU)의 연구 역량을 이끌어줘 국가 균형발전의 기틀을 MU(고려대)가 주도하며 MU를 중심으로 RU(지방 사립대)의 연구 역량을 확대하는 국내 최초의 ‘MU중심의 방사형클러스터 협동연구 모델’을 구축해 국가 발전(MU담당)과 지방발전(RU담당)을 위한 새로운 틀을 제시할 계획이다.

제안 이유는 지역 및 대학중심 재정지원체계가 개방성 강화 및 연구 시스템 중심으로 변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Major 대학의 우수한 연구 Infrastructure의 활용 극대화 가능, 학문 분야별 최대 규모의 연구 인력(대학교수)의 집중 연구, MU 중심의 전국적 학문간 융합적 연구 활성화 가능, 그리고 지방 사립대(교육, 재정여건 준수한 대학)의 연구 기능이 활성화된다는 취지다.

‘고려대 중심의 방사형클러스터 협동연구 모델’ 구축을 제안하면서 첫 번째 지방 사립대학으로 영동대와 MOU를 맺기로 하고 협정 일자를 선택하고 있는 중이다.

고려대는 향후 지역별 RU를 10개교까지 선정해 고려대 중심의 방사형클러스터를 확대해 갈 계획이며 그렇게 되면 향후 10개 RU의 방사형클러스터를 구축돼 공동연구 교수가 2천500∼3천명 규모의 대형 연구조직이 탄생하는 것이다.

영동대와 고려대의 협약이 완료되면 영동대는 고려대의 연구 시설(안암병원, 의료센터, 실험 장비) 등을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되고 각종 연구를 위한 정보(실험) 및 인프라를 제공받게 돼 획기적인 교육 품질 및 연구 역량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필요 시 쌍방이 규모에 적정한 대응 출연 또는 투자를 통해 실질적인 공동 연구 체계를 구축하고 향후 국제학술지에 공동 논문(SCI, SSCI)을 제출할 계획으로 수도권 대형 대학이 지방 소규모 사립대를 이끄는 방식으로 국가적 입장에서도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획기적이 시스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끊임없는 변화와 개혁으로 신뢰받는 영동대학교 : 지난 1년간 영동대의 구조 개혁의 성과는 정부가 대출제한 규제대학으로 선정하는 지표를 기준으로 재학생 충원율을 제외하고 모두 충족된 상태다.

서용성 기획처장은 “이러한 지표 개선의 성과를 기반으로 영동대학교의 향후 정책 방향을 다음과 같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첫째로 외부적(정부·사회) 요구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응을 통해 대학평가 기준을 상회하는 대학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다짐한다.

둘째로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내부 혁신 추진이다. 학생 중심의 교육, 지도, 행정시스템의 혁신을 주요 지표로 삼고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대학문화 창조이다.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대학 구성원의 참여와 협력, 자율과 책임문화를 조성하는 것에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에 신뢰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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