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35>-- 남미연<청주시립도서관>

꽃의 화려함을 뒤로하면 다른 많은 것들이 보이는데 우리는 꽃의 화려함에 정신을 잃고 푸르름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우리는 가까운 사람이 내 곁을 떠나고 나면 그때서야 그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꽃이 지고나면 잎이 보이듯이’는 제목에서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산문집으로는 5년여만에 펴낸 이 책에는 암 투병과 동시에 사랑하는 지인들의 잇단 죽음을 목도하는 아픔의 시간들을 견뎌내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긍정하는 이해인 수녀의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번 산문집의 첫 장에는 익숙한 서문 대신 한 장의 꽃편지가 실려 있다. 이 책을 위해 글을 써주겠다는 약속을 뒤로하고 지난 1월 작고한 박완서 작가의 편지다. 이해인 수녀는 박완서 작가에 대한 추모의 정과 함께 나눈 시간에 대한 감사를 담아 늘 가슴에 품어 왔던 박완서 작가의 편지로 서문을 대신했다.

본문에는 이해인 수녀의 일상을 담은 칼럼들과 오랜 시간 생각해온 우정에 대한 단상들, 수도원의 나날, 누군가를 위한 기도와 묵상 그리고 꽃이 된 그리움을 담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피천득 선생, 법정스님, 김수환 추기경, 김점선 화가, 장영희 교수, 이태석 신부에 대한 추모의 글들이 담겨 있다. 마지막에 담긴 시 ‘여정’에는 이해인 수녀가 투병의 고통 속에도 놓지 않은 삶에 대한 기쁨과 감사 그리고 모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연민이 담겨 있어 가슴 뭉클한 따뜻함을 안고 책장을 덮게 해준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