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구 충주담당기자

중국 역사서 가운데 ‘좌전(左傳)’이란 책이 있다.

공자가 쓴 ‘춘추(春秋)’를 토대로 여러 가지 일화 등을 통해 춘추시대의 태평함과 혼란, 나라의 번영과 몰락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책 희공(僖公)편에 보면 ‘집안에서는 형제들끼리 싸우더라도 밖에서는 남들에게 무시를 당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나온다.

설령 집안일을 둘러싸고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다투는 모습이 집 밖으로 알려지면 누구 한 사람을 탓하기보다 그 집안 전체가 욕을 먹기 때문이다.

최근 충주지역이 이런저런 일들로 시끄럽다. 충주시민의 수장인 충주시장이 오는 28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 충주를 위해 자신들의 해야 할일을 찾기보다는 충주대 통합을 놓고 충돌하기도 하고 정치권의 지역발전 공과(功過)에 대해서도 시각이 맞서고 있다.

시정 추진 과정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이 엇갈리며 서운한 감정싸움으로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남들이 보면 충주는 늘 다투고 충돌하고 재선거만 치르고 고소 고발이 난무하고 혼란스럽기만 한 줄 알까봐 걱정되는 대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견해와 관점의 대립’ 속에서도 추구하는 지향점은 동일하다. 비록 그 내면에 개인의 정치논리나 이해득실이 감춰져 있다고 할지언정 대외적 명분은 지역발전과 충주시민의 행복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다툼과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가고자 하는 곳은 같은 데 가는 길이 다르다면 절충과 양보와 이해와 설득을 통해 가장 합리적인 길을 찾으면 된다.

견해와 관점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 헐뜯거나, 비방하거나, 음해하거나, 반목하는 것은 당사자들은 물론 지역과 시민에게 미치는 파장 면에서도 결코 이롭지 않다.

충주에 대한 대외적 이미지도 실추될 수밖에 없다.

집안에서만 조용히 싸워야 하는 이유다. 이를 중재할 수 있는 것은 그 집안의 어른이다.

집안 형제들끼리 싸우는 데도 이를 말리거나 야단치거나 중재하려는 어른이 충주에는 없다.

안타깝고 답답한 심경이다. 지역 원로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사회단체 등은 자신들과 견해를 같이 하는 한 편에 서니, 집안싸움이 끊이지 않음은 당연하다.

따라서 ‘집안 망신’을 더 이상 당하지 않으려면 누군가 나서야 한다. 형제들을 꾸짖고 질타하며 화합하고 합심할 것을 권유하는 일이 그들의 몫이다.

충주가 더 이상 혼란과 다툼의 지역이 아닌, 화합과 합심을 통한 발전과 번영의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지역민심을 전달하고 충주발전을 위한 소임을 충주 시민 모두가 나눠가진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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