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 격려성 질책… ‘열심히 하라’하셨다”

허위 학력·경력 논란을 빚고 있는 강태재 충북문화재단 초대대표가 30일 기자회견에서 학력위조 의혹을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과오를 헤어려 주신다면 충북문화재단 기초를 세우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30일 충북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 대표는 허위학력을 기재한 이력서로 취직했던 사실을 인정하며 “코드인사, 정치성향조사 등 갖가지 논란을 겪었는데 또 다시 학력문제까지 겹치게 만든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7남매의 장남으로 가난한 집안을 꾸려나가기 위해 고교를 중퇴할 수밖에 없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또 “청주상공회의소와 가족협회에 취직할 당시 고교졸업이라고 속여 취업한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시민단체 활동을 한 이후 학력이 필요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한 때 충북을 떠나 시골에서 여생을 보내려는 생각도 했지만 그건 ‘나 하나 편하자’는 생각과 다름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젊은 날 저질렀던 과오를 용서해준다면 신명을 다해 지역사회에 봉사하겠다”고 말해 대표 사퇴설을 부인했다.

이와함께 “이미 수십년전에 있었던 일이고, 그 당시 학업을 중도포기한 사람이 한둘이었느냐, 도민께 사과하고 열심히 일하라면서 ‘격려성 질책’을 했다. 책임의식을 갖고 열심히 하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그의 거취와 관련한 인사권자(이시종 충북지사)의 말도 간접적으로 전했다.

그러나 이번 ‘학력위조’ 논란과 관련해 충북도 문화예술과도 인사 검증이 다소 허술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강 대표는 그동안 청주중·대전고를 졸업한 것으로 돼 있었지만 청주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대전중으로 전학한 뒤 대전고(2년)를 중퇴한 것이 그의 실제 학력인 것으로 확인됐다. 1979년 청주상공회의소에 취직할 당시 학력을 ‘대전고 졸업’이라고 표기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30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도가 지난 3일자 ‘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 내정’이란 제목의 첫 보도자료를 낼 당시 강씨의 학력을 ‘1964년 대전고 졸’로 표기했으나 2∼3일 뒤 추가 보도자료를 냈을 땐 학력사항을 삭제했다.

첫 보도자료와 추가 보도자료가 나온 2∼3일 사이엔 일부 언론사가 강 대표의 허위학력 의혹을 취재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도가 사전에 그의 학력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지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같은 논란에도 충북도는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학력기준으로 선정한 것이 아니라 문화활동 경륜과 능력을 위주로 찾았기 때문에 학력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충북도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27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법원등기와 신원조회를 하기 위해 개인에게 서류를 받은 결과 충북문화재단과 관련해서는 거짓말을 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몇십전에 있었던 일로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학력을 기준으로 내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표이사를 수행하는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인사를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이에 충북 문화계는 이미 드러난 허위 이력서 제출 등의 사실만으로도 도덕성 문제가 심각함에도 충북도가 사태의 심각성을 별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비판하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도 문화예술인 A씨는 “학력위조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문화예술인의 밥줄이 달린 문화재단의 기초를 닦겠다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제대로된 검증조차 안하고 내정하고 문제가 발생해도 심각성을 모르고 밀고 나가는 충북도의 어처구니 없는 불도저 정신이 문화예술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문화전문가가 이끌어도 어려운 문화계의 가장 큰 살림살이를 도덕적으로 검증도 안되고 스스로 ‘문화운동가’가 아닌 ‘시민운동가’라고 말하는 그에게 충북문화재단을 맡길 수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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