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의 재닛 쿡과 신정아

▲ 학위 위조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신정아씨(SBS TV캡쳐)

신정아는 2007년 문화일보에 실렸던 자신의 누드사진이 가짜(합성)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옷을 벗고 사진을 찍었다.

감정인으로 선정된 B전문의와 여의사가 함께 사진 촬영실로 들어갔다. 사진을 찍을 때 여의사는 더 찍을 필요도 없다(합성사진이 분명하다는 의미)면서 다 잘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수주일 후 B전문의의 감정 결과가 ‘감정 불가능’으로 나왔다. 후에 이 사건은 결국 신정아가 문화일보 측으로부터 8천만원의 배상금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의사가 감정 못한 것을 재판부가 판단했다는 이야기다. 신정아는 ‘감정 불가능’으로 감정한 의사 역시도 공의롭지 못 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미술관이나 미술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신정아식 ‘착한 사람 나쁜 사람’ 분류는 그대로 적용된다. 이들에 대해서도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책이 나온 후 속으로 부글부글 끓는 사람이 적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정아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정아에게는 배신자인 그 사람들쪽에서 보면 신정아로부터 먼저 배신당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녀를 예일대 박사로 알고 대접해온데 대한 배신감….

학력사항을 검증하지 않은 것이 치명적 실수

한편, 재닛 쿡은 ‘워싱턴 포스트’를 떠난 후 워싱턴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다 변호사와 결혼하여 파리에 가 살았다. 그러나 결혼생활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인이었던 밴 브래들리는 후에 그의 회고록 ‘A Good Life’에서 채용시 그녀의 학력사항을 검증하지 않은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쿡은 명문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있었고 흑인이었다. 편집인들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대상이었다.… 그녀의 학위는 검증되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의 첫 번째이자 치명적인 실수였다. 왜 우리는 학위를 검증하지 않았던가? 쿡은 너무나 뛰어났고 우리는 그녀를 절실히 원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수민족과 여성을 더 많이 채용하기로 한 약속을 실천하려고 애쓸 때에 혜성처럼 나타난 쿡은 놓칠 수 없는 인재였다. 도대체 뭘 기다리나? ‘뉴욕타임스’나 ‘뉴스위크’가, 또는 텔레비전이 어쩌기 전에 그녀를 잡아야지. 그래서 그녀를 채용했다.”

그녀를 다른 경쟁매체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학위검증 같은 것은 생각지도 못 했다는 것이다.

쿡의 학력 위조사실은 언론들이 퓰리처상 수상자인 그녀의 학력과 경력사항을 기사화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그녀는 ‘워싱턴 포스트’에 들어올 때 바사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톨레도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학력사항에 기재했다.

또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를 한다고 써 놓았는데 그것도 거짓이었다. 어느 기록에는 파리의 소르본 대학에 다닌 것으로도 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허위로 드러난 후 그녀는 ‘지미의 세계’가 퓰리처상에 추천된 후 이 상을 받지 않기를 기도했다고 그를 조사하던 ‘워싱턴 포스트’의 관계자에게 말했다.

쿡은 이듬해인 1982년 1월, NBC TV의 유명 토크 쇼 프로인 ‘필 도나휴쇼’에 나왔다.

자신이 그러한 허위기사를 쓰게 된 동기에 대해, ‘뭔가를 만들어 내라는 회사의 (특종)압력에 판단이 흐려졌었다’고 변명했다.

그녀는 자신의 취재원으로부터 ‘지미’와 같은 소년마약중독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바 있으나 소년을 찾을 수 없었으며, 편집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던 쿡은 10여년 후인 1996년 ‘GQ’라는 잡지에 등장했다. 이 잡지의 인터뷰 내용은 영화제작을 위해 판권 150만 달러(우리돈 약 17억원)에 팔렸다.

미국 같으면 신정아 스토리도 영화화하겠다는 제작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신정아는 1995년 6월 건물전체가 무너져 내려 500명 이상이 사망한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속에 매몰되었다가 하루 만에 구출된 일이 있었다.

아직까지는 길게 살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녀의 인생 스토리는 우여곡절이 만만치 않다.

다음 번에 또 세상에 얘깃거리를 뿌린다면, 좋은 화제 대상으로 등장하기를 바란다.

이정식(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전 CBS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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