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하는 신정아씨(SBS TV 캡쳐)

재닛 쿡은 퓰리처상을 받은 지 이틀만에 기사를 모두 날조했음을 고백했다. 퓰리처상 64년 역사에 허위 기사를 쓴 기자에게 상을 준 최초의 사례가 됐다. 상은 물론 반납되었다.

학력도 거짓임이 밝혀졌다. 그녀는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났다. 워싱턴 포스트는 4면에 걸쳐 사과와 함께 진상을 밝히는 기사를 실었다.

워터 게이트 특종으로 쌓아 올린 포스트의 명성은 일순간에 치명타를 입었다. 그러나 신속히 사과를 하고 진상을 밝혔기 때문에 파문은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 언론사에 영원히 남을 허위 작문기사 사건이 되었다.

재닛 쿡이나 신정아나 두 사람이 갑자기 유명해지지 않았더라면 사건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둘 다 젊은 나이에 일약 스타가 된 것이 화근이었다. 재닛 쿡이 퓰리처상을 받지 않고 조용히 일개기자로 지냈더라면 기사가 날조된 것도 허위학력 기재 사실도 당장에는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퓰리처상을 받았을 때 그녀는 27세였다. 재닛 쿡은 1954년 생이다.

신정아(1972년생)도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동국대 교수로 임용된 후 2007년 우리나라 최대의 미술 축제인 광주 비엔날레 총감독이 되어 주위의 비상한 관심을 끌지 않았더라면, 그럭저럭 숨기고 살면서 오랫동안 유명 큐레이터 행세를 했을 수 있다.

신정아가 해명하고 싶어 하는 두 가지, ‘거짓말과 꽃뱀’ 

신정아의 책을 보면 그녀가 주장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가 분명해 보인다. 자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꽃뱀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이 나온 후 지난 4월에 가진 TV 인터뷰에서도 ‘거짓말과 꽃뱀부분이 가장 억울했다’고 말했다.(사진)

대필 즉 남이 대신 써준 논문으로 박사가 되긴 했지만, 박사학위를 위조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학위가 잘못된거지 위조는 아니라는 항변이다. 즉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신정아는 책에 ‘동국대 이사장에게 예일대에 다닐 때 당시 공부할 시간도 없었고 제대로 공부하기도 귀찮아서 아예 사람을 둬서 논문을 대필했지만, 그 논문으로 학위를 받은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고 썼다. 달리 말하면 어느 대학에 남에게 대리시험을 치르게 해서 합격을 했지만 자신이 그 학교 학생인 것은 맞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예일대에서는 지난 2007년, 신정아가 동국대에 제출했던 예일대 미술사학과 박사학위가 허위라고 이 대학에 통보한바 있다. 신정아는 대필을 해주었다는 린다 트레이시(여)라는 논문 브로커에게 자신도 속았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신정아는 여기저기서 열심히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사람들을 잘 이해시키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미 본인이 그 점(학위)에 있어서는 잘못을 인정한다고 책에도 썼다. 더 이상의 언급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그녀에게 남아있는 분명한 학력은 캔사스대학에 3학년까지 다녔다는 것이다.

그 다음 꽃뱀 부분. 신정아는 변양균과의 5년간의 관계를 책에다 상당히 적나라하게 썼다. 자신이 꽃뱀이 아님을 주장하고 싶어서 그랬다고 하는 것 같다.

꽃뱀은 사전에, ‘<속> 남자에게 접근하여 몸을 맡기고 금품을 우려내는 여자’라고 나와있다. <4001>에 보면 신정아가 변양균에게 접근한 것이 아니라 변양균이 신정아에게 접근한 것처럼 되어있다. 자신이 꽃뱀이 아니라고 해명하는데 공을 많이 들이느라고 변양균의 입장은 더 난처해졌겠다. 그러나 그것도 변양균이 짊어질 수 밖에 없는 문제이다.

나라의 중요한 최고 공직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사람이 수년간 남의 눈을 피해가며 그러한 애정 행각을 벌였다는데 대해 이해하고 동정할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절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똘똘한 손녀가 있으니 지켜봐 달라’며 신정아를 노 대통령에게 소개했다는 힘있는 외할머니 부분이나 그녀가 노 대통령과 만났을 때 노 대통령이 ‘더 큰 일을 하기위해 세상에 나서 보지 않겠느냐’고 했고, 노 대통령이 담화나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자신의 코멘트를 들어보려고 했다는 부분 등은 좀 어설프다. 구체성이 떨어진다. 대통령이 직접 물었을까? 비서관 등을 통해 물어봤을텐데 과연 그랬을까? 독자들이 신빙성을 높게 두지 않는 것 같다. 외할머니가 언젠가 누구인지 밝혀질지 모르겠는데 설령 외할머니가 처음의 소문대로 전직 대통령의 미망인이라고 해도 달라질 것은 별로 없다.

이 책에서 그래도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궁지에 몰렸던 사람의 눈에 비친 일부 언론인, 검사, 변호사, 의사 등이 보여주는 추악한 모습들이다. 약간의 보복 심리도 있겠지만, 그것이 사실일 개연성은 높아 보인다.

이정식(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전 CBS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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