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식作 ‘눈 그림자’

2011년 3월 17일 낮에 강남 터미널 인근 한 음식점에서 가곡 ‘눈’의 작사·작곡자 김효근 교수를 만났다. 사진에서 본대로 훤출한 키에 서글서글한 인상이다. 식사를 하면서 두 시간 이상 우리 가곡과 음악계의 경향 등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 교수는 대화 시작부터 오늘날 우리 가곡이 침체되어 있는데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 가곡의 인기가 시들한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 이렇게 진단했다.

“대중 가요를 비롯해 다른 음악분야는 지난 30년간 엄청난 변화를 했는데, 가곡의 경우는 연주양식이나 작곡양식에 달라진 것이 없다. 작곡가들이 인정받기 위해 보통사람들이 감내할 수 없는 어려운 수준의 작곡을 하는 것도 가곡이 사람들로부터 멀어진 한 이유라고 본다. 그러면서 대중과 서서히 멀어졌다.”

그는 가곡이 다시 국민적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취향에도 맞도록 가곡의 형식과 연주양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가 외면하면 미래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20여년 후 지금의 50대가 70대가 될 때쯤이면 우리 사회에서 가곡이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러므로 대중성과 예술성이 함께하는 가곡, 젊은 세대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현대식 신(新)가곡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 새로운 경향으로 김 교수가 추구하는 것이 아트팝(Artpop)이다. 아트팝에 대한 김 교수의 설명을 들었다. 이 내용이 이날 김 교수가 필자에게 선물로 준 2010년에 나온 그의 작곡 앨범 ‘내 영혼 바람 되어’(A Thousand Winds) 속의 ‘아트팝 장르를 시작하며…’란 그의 글속에 잘 담겨있어 일부 내용을 옮긴다. 음반에 대한 소개이지만 그가 추구하는 장르인 아트팝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아트팝이란 한 마디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음악 혹은 노래 장르입니다.

이 음반은 전통예술가곡이 예술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대중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음악요소들을 사용함으로써 대중에게 외면당하는 현실과, 일반 대중가요가 대중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대중이 쉽게 반응하는 자극적 음악요소와 가사를 사용함으로써 높은 예술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해 보려는 작지만 새로운 시도입니다.

인간과 자연만물에 귀천이 따로 없듯이 모든 예술에도 귀천은 없습니다.

시인들의 정제된 언어로 표현된 훌륭한 시어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의 다양한 음악적 경험이 작곡자의 절묘한 음악적 균형 속에서 창작의 꽃을 피울 수 있다면 삭막한 현실을 견뎌내야만 하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행복을 가져다 줄 줄로 믿습니다.

아트팝이 전통적 가곡으로 가는 가교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노력을 통하여 젊은이들이 우리 가곡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들을 가곡의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그것은 매우 가치 있는 작업이다. 김 교수가 그러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은 작곡을 전공한 전문 작곡가들과 달리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함을 가질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의 앨범에는 김 교수를 유명하게 만든 ‘눈’과 ‘내 영혼 바람 되어’ 등 모두 7곡이 수록되어 있다. 맨 끝 8번째 트랙엔 ‘천년의 약속’의 반주(MR)가 들어있다. 노래는 모두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불렀다. 

여기에 들어있는 ‘내 영혼 바람 되어’가 그가 말하는 ‘아트팝’이다. ‘A Thousand Winds’라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구전시를 번역하여 곡을 붙인 것이다. 이 시는 2002년 뉴욕에서 있었던 9·11 테러 1주기 추모식 때 낭송돼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정식(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전 CBS사장)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