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 권투챔피언 사랑을 노래하다
왕년 권투챔피언 사랑을 노래하다
  • 김경태 기자
  • 승인 2011.03.2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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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천 뿌리건설중기 대표 역경 딛고 봉사활동

"가슴속에 항아리를 묻어놓고 깻잎을 재우듯이, 봉사를 하러 가면 깻잎처럼 행복이 되어 나의 가슴속에 쌓여요.”

프로복싱 밴텀급 동양챔피언이었던 민영천씨(45·뿌리건설중기 대표). 그는 요즘 노래봉사에 푹 빠져 있다.

충북 청원군 가오리 수몰지구가 고향인 민씨는 조치원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다. 조치원 연수중학교 시절 육상선수로 활동하다가 당시 조치원고 이병택 체육교사의 권유로 복싱에 입문했다.

고교 때 충남대표로 전국체전에서 동메달을 따낸 민씨는 1986년 MBC프로복싱신인왕전에서 최우수선수상을 획득한 것을 계기로 1989년 밴텀급 동양챔피언에 올라 조치원권투체육관에서 1991년까지 활동했다.

하지만 서울지역 체육관의 스카우트 제의와 조치원 지도자와의 교섭이 여의치 않아 갈등 속에서 복싱계를 떠나는 불운을 겪었다.

이후 민씨는 몇 달 간 방황하다 포장마차를 시작으로 광고회사, 야간업소 안주 공급업, 식당, 단란주점 등을 운영하다가 한 건설회사를 인수했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사기꾼의 농간에 휘말려 부도를 맞았다. 민씨는 이때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속을 썩어 40대 초반임에도 머리가 다 하얗게 되고 치아가 모두 들뜰 정도로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

자신을 망친 사기꾼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던 중에 민씨는 참혹한 이라크의 전쟁소식을 듣고서는 “그래도 우리는 행복하다.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구나”라고 마음을 되잡고 다시 생업전선에 나서 당시 지인들의 도움으로 현재의 회사를 차렸다. 회사경영에 몰입하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책을 보고 봉사로 고향을 지키며 살자고 다짐했다.

어느 날 목욕탕에서 그토록 찾던 사기 친 사람을 만났다. 벌벌 떠는 그 사람에게 민씨는 오히려 공손히 인사했다. 민씨는 그동안 세상에 빚진 것을 봉사하는 것으로 갚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려서 불량학생으로 어머니 속을 많이 썩였고 아버지의 눈물을 보고 복싱을 하면서 마음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현실을 가시밭길이었다.

게다가 1989년엔 모친이 사고로 돌아가시는 고통을 당하는 등 마음 한구석엔 늘 한이 서려있었지만, 이제는 어려운 이웃과 어르신에게 봉사로 갚으면서 풀어내고 있다. 

2008년부터 특수임무수행자회 후원회장으로서 조치원역광장에서 독거노인과 노숙자들에 대한 무료급식을 실시하게 됐고 (사)충남자원봉사시민네트워크와 연계 충청권 전 지역을 돌며 본격적인 봉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노래에 소질이 있던 민씨는 노인정과 요양시설을 돌며 친구들이 미쳤다고 할 정도로 노래봉사활동을 했다.

지역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민씨는 2010년 8월에 열린 조치원 복숭아축제에 향토가수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이때 서울에서 내려온 임형언 작곡가로부터 실력을 인정받고 가수 데뷔 준비를 해 다음 달 첫 음반이 나온다. 사업가이며 봉사자에다가 가수 데뷔를 앞둔 민씨는 “내게 봉사는 생활이다. 봉사는 나에게 활력을 주는 기쁨의 에너지이다”며 “열정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자처럼 링 위를 활보하며 매서운 펀치를 날렸던 동양챔피언이 이제는 가수가 돼 소외되고 외로운 약자들을 위해 자신의 고향에서 따스한 사랑의 펀치를 하염없이 내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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