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형제·폭풍의 여인 폐지… 반짝반짝 빛나는 연장설 솔솔

MBC TV의 방송 프로그램 편성은 엿장수 마음대로다. 시청률이 낮으면 가차없이 퇴출당한다.

지난해 7월 첫 방송된 개그 버라이어티 ‘꿀단지’는 3개월만에 폐지됐다. ‘여우의 집사’는 채 2개월도 채우지 못했다.

‘일밤’의 ‘오늘을 즐겨라’와 ‘뜨거운 형제들’도 20일 동시에 퇴장했다.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집계한 두 코너의 전국시청률은 각각 4.0%(뜨거운 형제들), 4.5% (오늘을 즐겨라). 각 방송사 예능국의 자존심이 걸린 일요일 프라임 타임대 방송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서는 초라한 수치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남는다. 두 코너는 지난해 새롭고 참신한 아이템으로 방송가의 화제를 모았다. ‘뜨거운 형제들’은 ‘가상 소개팅’이라는 화두로 리얼 버라이어티가 범람하던 방송가에 신선한 경종을 울렸다. SBS ‘밤이면 밤마다’가 내세운 청문회 토크 역시 ‘뜨거운 형제들’이 먼저 선보였던 아이템이다.

영화배우 정준호, 신현준을 투톱MC로 내세웠던 ‘오늘을 즐겨라’는 유재석, 강호동의 양대산맥 외 새로운 얼굴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방송 초반에는 배우 출신 MC들이 예능에 적응하지 못해 다소 산만한 모습을 보였으나 ‘스포츠를 즐겨라’, ‘록을 즐겨라’ 등 스포츠와 오디션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차츰 시청층을 넓혀갔다.

때문에 두코너의 폐지는 여러모로 씁쓸한 점이 많다. 특히 ‘오늘을 즐겨라’는 지난해 8월, 프로그램 런칭과 함께 대대적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1년 후 오늘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들을 모은 ‘오늘을 즐겨라’라는 책을 만들어 수익금을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이 목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락 프로그램뿐 아니다. 120부작으로 기획된 드라마 ‘폭풍의 연인’은 지난해 11월 첫 방송 이래 5%대 시청률로 외면받다가 50회 조기종방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극작가 나연숙씨(67)와 출연진이 반발하면서 갈등을 빚었고, 결국 2월 말 70회로 끝내는 것으로 타협했다.

시청률 표는 시사 프로그램에게도 적용된다. 5년 이상 국제관련 뉴스를 전한 ‘W’, 4년여간 사회의 모순을 폭로한 ‘후 플러스’가 쫓겨났다. ‘W’ 제작진은 공영성, 시청률, 공헌이익 등 개편 당시의 3대 기준을 거론하며 ‘W’가 폐지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5년 누적적자가 50억원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후 플러스’ 제작진은 경영진이 권력 비판성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없애 보도 기능을 약화시키려 한다며 저항했다.

시청률이 높으면 엿장수는 엿가락을 늘이면 된다. 20부작 드라마 ‘역전의 여왕’은 11회가 늘어났다. 후속작 ‘짝패’의 제작이 늦어진 탓도 있지만, 한때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오른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극은 필연적으로 묽어질 수밖에 없었고, 시청률 역전에도 실패했다.

12일 막을 올린 50부작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은 방송 2회만에 20회 연장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일시트콤 ‘몽땅 내사랑’도 후속작 ‘하이킥’ 시리즈 3탄의 진행상황 때문에 연장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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