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심초가 들어있는 권혜경의 레코드 표지.

가곡 ‘동심초(同心草)’를 아는 사람은 많아도 대중가수였던 권혜경(본명 권오명·1931~2008)의 ‘동심초’가 유명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동심초’는 권혜경의 대표곡은 아니지만 그녀의 주요 히트곡 중 하나이다.

권혜경은 1956년 KBS에 전속가수 3기로 들어가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오 대니보이’를 열창해 뽑혔다고 한다. ‘사랑이 메아리 칠 때’ 등 히트곡을 낸 안다성이 동기생이었다. 전속가수가 된 이듬해인 1957년 그녀가 부른 ‘산장의 여인’(반야월 작사·이재호 작곡)이 공전의 히트를 함으로써 권혜경은 일약 유명 가수가 됐다.

그 뒤 1959년에 신상옥 감독이 만든 영화 ‘동심초’의 주제가를 불렀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김성태 작곡의 가곡 ‘동심초’와 같은 것이다. 창법만 다를 뿐이다.

 

             동심초

                    설도 한시, 김억 번역, 김성태 작곡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바람에 꽃이지니 세월 덧없어

  만날 길은 뜬 구름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대중가요풍으로 부르긴 했지만, 이 노래의 클래식한 분위기에 권혜경씨의 목소리가 어울렸기 때문에 이 곡을 부르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권씨는 서울 음대 성악과를 중퇴하고 은행원으로 일하다 가수로 데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심초’는 해방 직후인 1946년 작곡가 김성태 선생이 김억 시인이 번역한 중국 당나라 때 여류시인 설도(薛濤)의 작품에 멜로디를 붙인 가곡이다. 그러나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은 권혜경이 라디오 드라마와 영화 주제가로 이 노래를 부르면서 부터다. 1963년 8월 31일자 경향신문 기사는 권혜경 이전에도 동심초가 불려져 왔음을 짐작케 한다.

이 신문기사는 ‘세미 클래식한 창법이 클로즈 업’이란 제목으로 한창 인기를 누리고 있던 가수 권혜경을 다뤘는데 이런 내용이다.

“‘유성(流星)이 흘러간 곳’(조남사의 동명연속방송극 주제가로 박춘석 작곡)이란 노래가 연 3주째 히트하고 있다. 이 노래를 권혜경이 불렀다. 8년전 일본색조의 저속한 노래가 범람하던 가요계에 청아하고 고운 목소리와 세미 클래식한 창법으로 클로즈업 된 것이 권혜경이다. 권양은 이관옥씨에게서 정식으로 성악공부를 했다.

아무리 유행가수라도 발성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의 요구이고 보면 권양은 남보다 먼저 가수로서의 정 코스를 밟아 온 셈이다. ‘동심초’란 노래가 더욱 대중에게 침투된 것도 권양이 노래하면서부터였고, 오아시스 레코드 사의 전속으로 있으면서 히트한 ‘산장의 여인’이나 ‘첫 사랑의 화원’ 그리고 ‘호반의 벤치’ 등 모두 학생이나 지식인 사이에 더 유행되었다. 그동안 레코드에 취입한 곡만도 70여곡. 현재는 ‘오아시스’의 전속가수.

유현목 감독영화 ‘푸른 꿈은 빛나리’의 주제가를 금호동과 듀엣으로 부르게 되어 요즘 그 연습에 열중 - 두 사람 다 화제의 인기가수라서 더욱 기대된다.

28세로 미혼인 권 양은 깔끔한 몸가짐으로 유명한데 앞으로 열렬한 연애를 한번만 해 보고 싶은게 꿈.”

여기서 나오는 이관옥씨는 당시 서울음대 성악과 교수로서 우리나라 제1세대 소프라노로 꼽히는 분이다. 또 ‘동심초가 더욱 대중에게 침투된 것은 권양이 노래하면서부터였다’는 이야기는 ‘노래는 그 전에도 있었으나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보인다. 

‘동심초’라는 제목으로 극작가 조남사씨가 라디오 드라마를 써서 인기를 얻게 되자 신상옥 감독이 당시 최고의 배우들인 김진규, 최은희, 엄앵란, 김석훈 씨를 캐스팅해 영화로 만들었다. 전쟁미망인(최은희)과 약혼녀가 있는 출판사 전무(김진규)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영화다. (계속)

이정식(청주대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전 CBS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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