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유연근무제 도입은 단시간 근로유형 활성화로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 나누기 및 신규 일자리 창출의 효과까지 얻고자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 같다.

현재 한국의 단시간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 중 8.8%고 전체 여성근로자 중 단시간 근로자는 12.3%로, OECD 국가 평균(전체 근로자 중 단시간 근로 16.1%, 여성 근로자 중 단시간 근로 26.4%)과 비교해 보면 단시간 근로형태는 활용이 저조하다. 그러나 국가별 경제수준과 기업의 조직 및 근로문화, 노동시장의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수치상 비교를 통해 타 국가의 제도들을 벤치마킹하자는 주장은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적 압력과 한시적 지원제도는 장기적으로 근로형태 다양화를 통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증대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즉,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려는 선진노사문화의 상징인 유연근무제와 단시간 상용직 형태가 한국에서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며 이에 몇 가지 문제점을 제기해보고자 한다.

첫째, 유연근무제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 지 여부와 유연근무제의 일환인 단시간 상용직 근로형태에 노동 수요와 공급이 다수 존재하는 지에 대한 문제다. 유연근무제는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성과평가가 가능한 직종에서, 또한 성과 관리만으로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고 생산성이 수칟계량화 될 수 있는 경우에 가능할 것이다. 근로자에게 근무 시간의 부분적인 자율권을 부여하거나 근무 장소의 제약을 두지 않는 유연근무제는 근로자의 노무지휘권을 통한 근무 태만을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생산성 감소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또한 단시간 상용직 노동 수요는 비용 측면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기존의 고용형태보다 더욱 경제적인지 여부가 문제가 될 것이다. 단시간 근로자를 근로시간에 비례한 기본급 감소 외 모든 조건을 풀타임 근로자와 동일하게 유지하는 방안은 근로시간에 비례해 감소하지 않는 복리후생비 등으로 인한 1인당 임금 비용 중 간접 노동비용을 상승시켜 기업의 노동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고용규모 증가에 따른 기업의 인사노무관리 등 관리비 부담 증가, 팀원 간 업무 조정, 인수인계, 직업훈련비용 등으로 유·무형 비용의 큰 증가가 예상된다. 또한 단시간 상용직에 대한 노동 공급은 단시간 근로로 인한 근로자의 소득 감소 문제가 존재해 근로자가 선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유연근무제에 따른 도덕적 해이 문제다. 최근 정부는 공공 부문부터 솔선수범해서 선진 근로제도와 문화를 도입하겠다는 취지로 유연근무제 확산 계획을 발표했다. 민간 부문에 유연근무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권고하기 앞서 공공 부문이 유연근무제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공 부문의 성과는 민간 부문과는 달리 계량·수치화하기 매우 어렵다. 즉 업무마다 성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이뤄질 수 없는 대다수 직종에서 유연근무제 확산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 근로자에게 근로시간에 대한 재량을 부여할 때 기업의 이윤 추구에 부합되는 행동을 하기보다 근로자 자신의 사익을 추구할 경향이 높아지는 것이다. 유연근무제는 근로자의 자기 계발로 근로의욕을 고취할 수 있지만 이와 반대로 근무 태만 증가로 인해 오히려 기업의 생산성을 저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 단시간 상용직을 포함한 유연근무제의 활성화가 노동시장 유연성 증대에 기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현실적으로 새로운 단시간 근로 가능 직종을 발굴·확산시키지 않는 한 단시간 근로가 가능한 업종과 직무가 한정돼 있는 현실에서 기존 단시간 근로형태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구성돼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기업 고용형태 다양화의 일환으로 유연근무제와 단시간 상용직이 자발적으로 확산되고 정착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증대됨과 동시에 개별 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시킨다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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