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피지도 못한 어린 생명을 사회가 또다시 죽음으로 내몰았다. 9일 실종 된지 11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이모양(13)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지난해 전 국민을 분노케 했던 조두순 사건, 이에 앞서 2007년 4월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성폭행 당하고 죽은 후 40일 만에 발견된 사건 등 어린이 성범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정치권과 경찰은 여전히 ‘뒷북’만 치고 있다.

지난해 조두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자, 정부·정치권 가릴 것 없이 경쟁적으로 대안과 처방을 쏟아냈다. 여야는 앞다퉈 성폭력 예방 및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아동 성폭력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대부분의 법안이 상임위에 계류돼 ‘낮잠’을 자고 있다.

이양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여야는 약속이나 한 듯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도 잊지 않았다. 여당은“야당의 정치 공세와 정쟁에 파묻혀 아동 성폭력 관련법이 처리되지 못했다”고 비난하고 나섰으며 야당도 “한나라당은 이제 세종시에서 빠져나와 민생 국회에 속히 응할 것을 촉구한다”며 화살을 여당에게 돌렸다.

최근에 일어난 어린이 관련 성범죄는 대부분 성범죄 전과자가 저지른 사건이다. 국회가 이런 반인륜·반사회적 흉악 범죄에 대해서 사회 안전 차원에서 소급입법만 진작 했더라도 연속 범행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성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 장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치권과 사회, 특히 국회의 무성의로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면피하는 방탄 국회를 열고 결국 정쟁과 당리당략에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린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제도화하는 것은 법이다. 늦었지만 국회는 당장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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