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부 응징

진창은 4층 계단을 올라가면서 ‘개새끼’ 소리를 연발한다.

“넌 가정 파괴범이다.”

“넌 천벌을 받아야 된다.”

“하나님은 바쁘니까 오늘은 내가 대신 응징해주마.”

이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계단을 오르고 있다. 저 여자들도 나처럼 파괴된 가정을 끌어안고 울부짖는 것이다. 깨어진 유리나 엎지르진 물처럼 원상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몸부림치는 것이다. 그 여자들이라고 창피한 줄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개처럼 얻어맞고서도 다시 놈을 찾아가는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일시적인 수모보다는 남은 삶이라도 정상적으로 살고 싶어서 이 계단을 울면서 올라갔을 것이다. 진창의 눈에 한 마리의 지렁이가 보인다.

밝은 곳에서는 아무 것도 못하지만 어두운 곳에만 들어가면 온갖 못된 짓을 다하는 지렁이가 바로 그놈이라고 생각한다. 진창은 지렁이를 구둣발로 밟는다. 발밑에서 꿈틀 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구둣발에 힘을 준다. 지렁이는 으깨진다.

진창은 또 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사방에서 지렁이들이 보인다. 우굴 거리는 지렁이들을 발로 밟는다. 너무 많아서 발로 밞아서는 다 죽일 수가 없다. 낮으로 찌른다. 그래도 역부족이다. 진창은 삽을 찾는다. 삽으로 난도질을 한다.

“저건 또 뭐야?”

진창은 비명을 지른다. 저쪽 구석에서 뱀 한 마리가 나오더니 진창에게 다가온다. 진창은 급히 낫을 손에 든다. 시퍼렇게 날이 선 낫으로 풀을 베듯이 뱀을 토막 낸다. 길다 란 뱀은 두 동강이 나면서 시뻘건 피를 흘린다.  두 토막이 났지만 뱀은 한참을 더 움직인다. 진창은 뱀 대가리를 삽으로 난도질을 한다. 

‘속이 다 시원하다.’

이 정도로 해놓았으면 다시는 세상을 어지럽히지 못할 것이다. 그 요사스런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순진한 여자들을 감언이설로 유혹하지 못할 것이다. 단란한 가정을 파탄시킨 뱀의 사악함에 비하면 이 건 아무 것도 아니다.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저 놈을 갖다가 태워 버릴까?’

이만하면 됐다. 할 수만 있다면 도처에 우글우글 거리는 뱀들을 남김없이 다 잡아 죽이고 싶다. 한꺼번에 다 죽일 순 없더라도 보는 족족 잡아 죽이고 싶다. 그래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진창은 가슴에 시퍼렇게 날선 낫을 품고 카바레로 들어간다.

어둠 속에서 흰색 남방셔츠를 찾고 있다. 이놈들은 어둠 속이 아니면 아무 것도 못하는 모양이다. 여길 올 때마다 어둡지 않은 날이 없었다. 우선 자리에 앉아서 어둠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리자. 도처에 뱀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저 놈도 뱀이고, 이놈도 뱀이다 이 뱀은 얄팍하게 생긴 얼굴로 여자들을 얄팍한 수법으로 홀리는 중이고, 저 뚱뚱한 뱀은 후덕한 인상으로 마음 약한 여자를 홀리고 있다.

‘근데 이게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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