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부 응징

“제비도 보통 제비가 아냐. 누구든 한번 걸리면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잔인하게 끝장을 내는 독종야. 청주춤판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데 아직 몰랐어?”

“그렇게 유명해요?”

“아까 그 여자들이 당하는 거 봤잖아. 워낙 독하게 다루니까 여자들도 대들질 못하잖아.”

“얼마나 뜯겼는데 그래요?”

“몇 천만 원쯤 되는 가 봐.”

“돈이 많은 모양이죠?”

“무슨 돈이 있겠어? 그 여자들도 처음엔 이렇게 될 줄은 몰랐겠지. 사람 좋게 생긴 남자하고 춤추러 다니다가 보니 마음 주고 몸도 주면서 정이 들었겠지. 사업자금이 급하게 필요하다고 할 때마다 몇 백 만원씩 꾸어 주다보니 몇 천만 원이 되었을 거야. 내일 준다, 모래 준다하며 몇 년을 질질 끌었나봐. 더 이상 거짓말도 못하겠으니까 깡패로 돌변해 남편한테 이르겠다고 공갈을 치면서 사정없이 때리는 모양이야. 결국 남편한테까지 버림받고 본전이라도 건지려고 쫓아다니는 거랴.”

진창은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낀다. 주먹을 불끈 쥐면서 묻는다.

“어째서 두 여자가 같이 다녀요? 자매지간인가요?”

“아냐, 한 여자가 그 놈을 밤낮없이 쫓아다니다가 비슷한 처지의 여자를 만난 거랴. 둘이서 사정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 같은 처지라는 것을 알고 친해졌다는 거야. 그래서 자매처럼 같이 다니는 거랴.”

“경찰에 고소하면 될 거 아네요?”

“이론상으로야 물론 그렇지. 그렇지만 사회라는 게 이론과는 많이 다르잖아. 고소장을 접수하면 경찰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그 사건에만 매달리겠어? 게다가 저 친구 정도 되면 그곳에도 아는 사람이 많을 거 아냐. 누가 너를 고소했으니 피하란 말까지 해주지 않겠어?”

“결국 고소를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네요.”

진창은 개 같은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그 불쌍한 여자들을 도와주지 않으면 개가 사는 세상만도 못한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못 본 척 외면하고 있으면, 그 놈은 자기가 하고 다니는 일이 옳은지 알 테고, 사업자 등록을 내고 사업을 하듯이 저 짓을 계속할 것이다.

아픈 다리를 절룩이며 아파트 쪽으로 걸어갔던 여자들이 다시 얼굴을 내민다. 여자들도 창피한지, 구경꾼들이 쭉 앉아있는 물레방아 슈퍼 앞을 피해 골목으로 간다. 그 모습이  애처로워 보인다.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이 가슴이 아프다

“저 여자들 어디 가는 거죠?”

“뻔하지 뭐. 카바레 가는 거겠지.”

“저러고 춤을 춘단 말에요?”

“춤이야 추겠어? 그 친구 노는데 가서 지키고 앉아 있다가 나올 때 다시 한 번 사정을 해보려는 거겠지.”

진창은 벌떡 일어난다. 급한 볼 일 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카바레 골목으로 향한다. 진창은 4층 계단을 오르면서 자신도 그 놈의 피해자라고 생각 한다. 두 여자가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조강지처를 바람 내킨 놈도 저 놈이고, 두 번째 여자를 꼬여낸 놈도 저놈이고, 세 번째 여자를 시켜 집을 잡혀 먹은 놈도 저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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