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있으니 매년 졸업 때가 다가오면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직장을 잡지 못하고 학사모를 쓰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 때문이다. 올해는 그러한 마음이 더 크다. 지난해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가져온 불황은 시절을 잘못 만난 올 졸업생의 어깨를 더욱 처지게 만들었다.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 위기로 나타나고 국가적인 위기가 지역 경제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으니 기업들도 줄이고, 감하고, 안정만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공기업 및 경제계와 함께 일자리 나누기 운동을 하고 있다. 이에 30대 그룹이 대졸 초임 연봉을 최대 28% 삭감해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신입 사원의 연봉이 3천600만원인 기업의 경우 올해는 3천100만원만 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을 일자리 나누기에 사용하겠다는 것이 재계의 계획이다. 전체적으로 대졸 초임을 2천500만원 정도를 유지하면서 채용 규모를 가급적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생각이다.

일자리 나누기는 제로섬 게임으로 누군가가 희생을 하게 된다. 그 희생이 처음 직장을 잡아서 채용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부자연스럽다. 우리 속담에 벼룩의 간을 빼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 작은 벼룩의 간을 빼 먹는 일이다. 일자리 나누기가 가진 자가 아닌 힘이 없는 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면에서 즐거운 일이 아니다. 나누는 데 가진 자와 가지지 않은 자가 함께 하는 것이 보기에 좋지만 가진 자가 솔선수범 하는 것이 보기에도 더 좋은 것이다.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발표한 재계의 일자리 나누기는 반발이 예상되는 재직자나 연봉이 높은 가진 자들이 솔선수범하지 않는 방법이다. 어려움을 모두가 함께 하지 않겠다는 발상이다. 어려운 시기에 연봉이나 임금을 동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에 초등과 증등 교사의 공급 과잉이 발생하자 정부는 정년을 줄여서 일자리를 나누고자 했다. 1명의 교장 선생님이 명예 퇴직을 하면 3명의 신임 교사를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에 의해 추진됐던 정책이다. 그 정책이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한 평가는 제외하더라도 그 논리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일자리 나누기 발표가 더욱 우려되는 것은 신입 사원 채용 규모에 대한 발표가 없이 연봉을 줄이겠다는 것을 먼저 발표하고 있으니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더욱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나 기업에서 추진하는 일자리 나누기에 의해 발생하는 일자리가 대부분은 정규직이 아닌 인턴제라는 것도 우려되고 있다. 실제 인턴제로 취업을 한 학생들의 경우 아르바이트생만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하는 일이 있지만 공공 조직 등에서 채용하고 있는 인턴들은 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인턴제는 자기가 원하는 직장을 잡기 위해 경력을 쌓는 것이 기본적인 목적이다. 그러나 작금의 인턴은 하는 일이 없는 인턴이 되고 있다. 정부가 수치에 얽매여서 만든 인턴제는 오히려 사회적 낭비를 가져오고 조직의 비능률을 조장할 우려도 있다. 함께 한다는 생각이 없이 도입되고 있어서 발생하고 있는 역기능들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공공 부문도 함께 해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 수를 늘리겠다는 발표는 없다. 경제의 어려움으로 오히려 정부는 신규 채용을 증대시키는 것에 대해 매우 미온적이다.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에서 인턴제만 늘려서 해결하고자 한다. 공공 부문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일자리 창출이 진정한 일자리 창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