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연말에 달력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다음 연도에 빨간 색의 날짜가 며칠이나 되는가를 세어보는 일일 것이다. 2009년은 공휴일이 일요일과 주말과 겹치는 날이 많아서 휴일이 흉년인 해이다. 법정 공휴일 14일 가운데 토·일요일과 겹치는 날이 설 연휴였던 지난달 25일을 비롯해서 총 8일이다. 공휴일을 쉬는 날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엇인가 도둑맞은 기분이 드는 것이 2009년이다.

이에 발 빠른 정치권에서 공휴일이 다른 휴일과 겹칠 경우 공휴일 다음 첫 번째 비공휴일을 공휴일로 대체하는 ‘대체 공휴일 제도’를 실시하겠다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대체 공휴일제 도입의 근거로 국민의 건강과 휴식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면서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고 있다. 미국 등의 나라에서는 요일제로 공휴일을 정해 휴일과 겹치지 않도록 하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에도 대체 휴무 및 샌드위치 공휴일 제도를 통해 연간 15일 이상의 일정한 공휴일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법안에 의하면 2009년의 경우 일요일이 공휴일인 3일이 대체 공휴일이 될 수 있게 된다.

각 국이 채택하고 있는 공휴일은 크게 축제일 형과 기념일 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예로 광복절·삼일절과 같은 것은 기념형이고 석가탄신일·크리스마스 같은 것은 축제일과 연계된다. 일반적으로 서구의 기독교 국가에서는 종교와 연계해 축제형 공휴일이 많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전체 10일 가운데에서 기념일 형태의 공휴일이 삼일절,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 4일이다. 기념일 형태의 공휴일은 종종 국가주의적인 특성을 가지는 데 우리의 경우 공휴일 제도의 개선으로 기념일 형태의 공휴일이 많이 줄어들었고 설날과 추석 등의 축제형 공휴일이 약간 늘어났다. 서양력을 사용하지 않던 우리 조상들에 있어서 공휴일은 대부분 자연과 관련된 축제일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예로 설날, 단오, 한식, 추석, 동지 등이 우리 조상들이 놀았던 공휴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공휴일의 전통이 해방 이후 서구와 국가주의적 공휴일 형태로 바뀌면서 우리의 전통적인 축제를 사라지게 하는 데도 일조를 했다.

이러한 공휴일 제도를 변화시킬 때마다 두 가지 대립적인 주장이 매번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아직은 국가를 놀자 판으로 바꿀 정도로 잘 살지 못하기 때문에 공휴일을 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주 40시간 근무를 위해 토요 휴무제를 2004년 실시해 2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된 것이 지난해로, 휴일을 늘리는 것은 너무 급격한 변화라는 주장도 있다.

휴일을 늘리는 것은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원들에게는 좋을지 모르지만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들에게는 오히려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세계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취업 및 실업 대란이 예상되는 어려운 상황에서 휴일 운운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 가운데 연간 근로 시간이 가장 많은 나라여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공휴일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은 대체 휴일 제도가 약자와 소외 계층을 배려하는 제도라고 선전하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 것인지는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정권 말기에 추진하면 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술책으로 보고 겨울철에 해수욕장 관련 법안을 제기하면 의아해하기 마련이다.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가 줄어들고, 일자리 창출을 국가나 지방정부가 매일 부르짖는 시기에 쉬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은 일 하고 싶어도 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처사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