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있으니 입시철만 되면 여러 가지 자문을 해온다. ‘수능점수가 얼마인데 어떤 대학, 어떤 학과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논술을 보고자 하는 데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여러 가지 질문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그 학과 전망이 있습니까?’, ‘어떤 학과가 괜찮습니까?’ 하는 물음이다. 이러한 물음의 내면에 그 학과를 졸업하면 취업이 잘되고 고생하지 않을 만큼 돈을 벌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서 유행하는 학과가 있고 취업이 잘되는 학과가 있다. 80년대에는 IT분야가 유행을 했고, 취업도 잘 됐다. 90년대 후반부터는 BT 분야가 각광을 받았고 2000년대 이후에는 웰빙과 관련해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분야가 뜨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가운데 6명은 자신의 학교 전공과는 무관한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히 일반사무직 응답자의 80.4%가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의 전공과 직업을 연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0년대 직업의 종류는 대략 2천여 개 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현재는 분류기준과 기관에 따라서 다르지만 1만 5천개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경우는 그 수가 3만개를 넘고 있다. 이처럼 직업이 분화되고 다양화되고 있으니 100여 개 정도에 불과한 대학의 전공과 직업이 일치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일치는 사회의 변화와 직업의 분화에 의한 것 이외에 학생들의 대학 전공 선택이 적성보다는 수능 시험과 시대의 유행에 편승해 전공을 선택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이렇게 전공과 직업선택이 일치하지 않으니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와 같이 취업과외를 해야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아마도 부모나 당사자가 대학을 보내고 대학을 가는 이유는 취업을 해 돈을 벌겠다는 것보다는 인생의 성공 가능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데 있을 것이다. 삶에 있어서 성공이란 로또복권처럼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아니다. 성공은 열심히 일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공자는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했다. 단지 대학에서 취업이 유망하고 유행하는 학과에서 지식만 배워서 그 분야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열심히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 일을 좋아해야 하고 즐겨야 한다. 좋아하지 않고 즐기지 아니하면 열심히 일할 수가 없고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그 분야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유망한 직업, 전망 있는 학과의 평가는 옛날처럼 삶의 성공이 권력이나 물질과 같이 외적기준에 의해 결정되던 시대의 산물이다. 오늘날 삶의 성공기준은 점차로 개인이 설정하게 된다. 자신이 만족하면 그것이 만족한 삶이 되고 성공한 삶이 된다. 성공의 기준과 직업의 의미가 변화하는 사회에서 단순히 외부에서 정해진 기준에 의해 전망 있는 학과를 선택한다면 그것은 실패한 삶의 지름길이고, 시행착오의 삶을 살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대학과 학과를 선택할 시간이 다가오는 학생들에 있어서 전망 있는 학과는 자신이 좋아하는 학과이고 자신이 즐길 수 있는 학과다. 즉 개인의 적성에 맞고 개인이 잘 할 수 있는 것이 전망 있는 학과라 할 수 있다.

지식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정보사회로 오면서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지고 평생 직업만이 남는 사회가 되고 있다.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직업도 변화되고 있다. 전망 좋은 학과는 언젠가는 유행에서 밀려나게 된다. 전망 있고 유행에 맞는 학과와 전공을 선택하면 평생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평생 직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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