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투자유치의 허와 실

충북도는 민선 4기 이후 108개 기업 17조568억원을 유치하며 투자유치금액 17조원을 돌파했다.

‘경제특별도 건설’을 기치로 취임한 정우택 충북지사는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낙후된 충북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신규 기업 유치에 주력하면서 외형적 실적에 비해 적잖은 부작용과 투자실적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민선 4기 투자협약 체결 현황
민선 4기 정 지사의 최고 성과는 단연 기업유치다.

2006년 7월3일 정 지사가 취임한 후 충북도가 처음으로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증평군에 들어서는 SK케미컬(주)과 한국철강(주)이다. 도는 이들 기업과 7월19일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투자금은 SK케미컬이 1천억원, 한국철강 4천600억원 등이다.

이어 9월13일 도는 청원군에 들어서는 영보화학(주)과 8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투자유치는 2007년 들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1월25일 현대중공업(주)과 양해각서 체결을 시작으로 같은 해에만 모두 57개 기업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올해도 이 같은 투자유치가 봇물을 이루며 도는 10월28일 ㈜코미팜, ㈜보원케미컬과 1천327억원 규모의 투자협약 체결로 투자유치 총액이 17조원을 돌파, 17조568억원을 유치했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 투자유치 최고 기록은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달성한 14조1천억원이다. 도는 당초 경기도를 의식해 투자유치 목표액을 14조2천억원으로 잡았지만 불과 2년여만에 이를 훨씬 웃도는 성과를 달성했다.

▶투자유치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
충북개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이 기간에 관계없이 모든 투자가 완료되고 유치 기업 모두 생산활동이 이뤄졌을 때의 연간 파급 효과를 따져 봤다.

투자유치의 경제적 의미로 우선 투자유치액 17조568억원은 최근 청주권에 분양되는 112.2㎡ 규모의 아파트 6만7천793호(1호당 2억5천만원 상당)의 값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도민 1인당 1천100만원씩 투자를 유치한 규모이며 지난해 대한민국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105억달러)의 1.6배에 달하는 것이다

부가가치는 10조8천806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 봤으며 이는 1천900만원짜리 승용차를 도내 전 가구에 1대씩 제공 가능한 것이다. 특히 도내 가구당 1천894만원의 소득을 창출하는 효과다.

조세수입은 1천772억원으로 가구당 30만8천원의 지방세 징수 효과며 담배 2억8천859만갑을 판매해야 얻을 수 있는 세입 규모다.

인구유입도 10만9천639명으로 예상, 충북의 과거 10년간 인구증가의 2.2배이며 괴산·단양·증평 3개군 인구를 초과하는 효과다. 가장 관심이 큰 취업유발효과는 모두 16만6천835명이다.
이는 지난해 충북 고용 69만4천명의 24%, 오창과학산업단지 16.7개 규모의 신규 고용창출, 충북 소재 대학졸업생이 8.8년 간 취업이 가능한 일자리다.

▶기업 이전 일부지역에 편중
기업유치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볼 때 기업유치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도의 경제특별도 건설 전략이 기업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은 분명하지만 도내 지역 간 불균형을 악화시켰다는 지적 또한 적지 않다.

도가 유치한 108개 업체 이전지로는 청주·청원, 진천, 음성, 증평, 괴산 등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청원군이 23개 업체, 투자금액 2조6천965억원으로 가장 많은 업체를 유치했으며 청주시가 8개 업체, 투자금액 9조4천668억원으로 투자금액이 가장 많다.
반면 도내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는 단양군의 경우 이전하는 기업이 전무하다 올 2월에 단 한 곳이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영동군은 15개 기업을 유치, 숫자상으로는 청원군에 이어 많은 기업을 유치했지만 투자금액이 750억원에 불과하고 고용인원도 10월말 현재 300명에 그쳐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당연히 단양군과 영동군의 입장에선 경제특별도 건설로 인한 지역경제활성화는 남의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투자실적에 대한 논란
도는 17조원 투자유치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투자유치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고 평가하지만 도민들의 피부에 직접 와 닿지 않는다.

도와 도민들이 기업유치로 가장 절실하게 바라던 ‘일자리 창출’ 실적이 아직 미미하기 때문이다.

모두 8조7천억원 투자유치로 17조원 중 절반을 차지한 하이닉스 청주공장 증설은 도의 투자유치 최대 성과로 꼽힌다.

지난 8월28일 청주 제3공장의 준공에 맞춰 하이닉스가 “청주사업장을 세계 낸드플래시 생산 1번지로 육성하겠다”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속빈 강정’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청주 제3공장의 청주 유치가 확정됐던 지난해 초만 해도 충북도민들이 하이닉스에 거는 기대는 자못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올 4월까지 4조3천억원을 투자해 M11라인을 설치하고 내년에는 추가로 3조원을 들여 제2라인까지 가동시키는 등 모두 8조7천억원을 청주에 투자해 직접 고용효과만 8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150여개의 협력업체까지 들어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겹치면서 하이닉스는 일약 충북의 ‘효자기업’으로 각인됐다.

그러나 이번에 준공된 제3공장의 M11라인 설치에 투입된 비용은 1조1천억원으로 당초 알려졌던 투자비용의 30∼40% 수준에 불과했고 고용 효과는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반도체 시장 악화와 불가피한 구조조정 및 감산조치로 지난 9월말 200mm라인인 M9라인 폐쇄와 M8라인 가동률 축소조치가 이어지며 4천여명의 잉여인력이 발생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공정률이 40%에도 못 미치는 M11라인에 인력을 재배치하고 교육을 실시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현재 인력채용은 고사하고 인력감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제3공장 존공에 맞춰 ‘하이닉스의 날’ 제정을 검토했던 청주시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등 하이닉스 유치를 놓고 성과 알리기에 열을 올렸던 지방자치단체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자치단체장들은 치적 홍보를 위해 하이닉스 청주3공장 유치 효과를 지나치게 부풀리는 바람에 도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진정한 지역기업으로 키워야”
충북 청주 산업단지 입주 기업인 (주)원풍이 지난 8월 전북 임실군에 공장 조성 등을 위해 500억원대 투자를 약속했다.

도가 기업투자 유치에 ‘올인’하는 사이 다른 지역 기업이 아닌 충북 기업에게 투자유치를 빼앗긴 셈이 됐다.

17조원 투자유치로 충북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고의 투자유치 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투자유치를 약속했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

충북지역에 투자했다고 해서 기업에게는 각종 혜택만 돌아간 채 지역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유치하지 않은 만 못하다. 투자유치 기업들이 실제 지역 인재를 고용하고 재투자할 수 있도록 내실을 꾀해야 한다.

진정한 투자유치란 공장이전 및 착공부터 생산활동·판로문제까지 행정기관이 지원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한 토털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도는 알아야 할 것이다.
수도권규제 완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제부터 충북도의 투자유치가 시험대에 오를 수 밖에 없다.
도는 투자유치의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더욱 노력해 결실을 맺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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