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서영기 초대전

불을 다스려 순백으로 빚어낸 한국의 마음을 닮은 조선 백자의 시원한 여백 속에서 울리는 수수하면서도 단아한 유혹에 눈과 마음의 귀를 기울여보자.

옛 도공들의 땅이었던 충북 단양 방곡 도예촌에서 조선백자의 맥을 잇고 있는 서영기(48) 작가가 첫 전시회를 열었다.

‘양반(兩班) 미(味)를 탐하다-순백의 미’라는 주제를 가지고 22일까지 청주시한국공예관 1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단양지역에서 채취한 태토와 물토를 활용해 만든 백자, 반상기세트, 다기 세트 등 간결하면서도 소박한 멋과 생활 미학이 돋보이는 생활백자를 재현해 1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단양백자는 사토질이 많이 섞인 단양지역의 흙으로 만든 백자로 조선시대 단양에서 인기를 끌었던 백자다.

고려청자가 화려함과 고풍스러움의 상징인 반면, 조선백자는 투박하고 서민적이고 조선인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현대인에게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단양이 고향인 서 작가는 1년전 단양 흙광산권을 인수하면서부터 백자 전통 장작가마의 진원지였던 단양의 방곡도예촌에서 옛 기술 그대로를 재현해 백자를 만들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새롭고 창의적인 작품을 연출하고 있다.

서영기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미와 생활미다. 백자의 간결, 소탈, 단정, 정직한 멋과 맛을 현대인의 생활공간에 조화롭게 표현해내고 있다.

정형화를 풀어주기 위해 물레에 변형을 주고 재료와 불의 세기를 조금씩 다르게 함으로써 또 다른 느낌의 작품이 탄생한다.

풍만해 너그러우면서도 단정함을 잃지 않은 곡선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내고 있는 백자항아리는 단아함이 배어있다. 둥근 원형에 각을 준 항아리 위에 부드러운 곡선으로 현대적인 느낌을 더하기도 한다. 또 야생화를 좋아하는 서 작가는 매화, 제비꽃 등을 그려 넣어 아름다움을 더한다.

서 작가는 “원형은 우주를 상징하며 각을 주어 생긴 면은 땅을 상징한다”며 “땅 위의 많은 나라들이 서로 갈등을 갖고 있지만 부드러운 곡선이 도자기를 하나로 감싸듯 인류가 화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굽는 과정에서 찌그러지거나 깨진 작품을 버리지 않고 설치작품으로 전시해 또 다른 보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조선백자의 실용미학을 엿보고 현대인들이 격조높은 생활공간을 연출하는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작품을 테이블 셋팅전으로 구성했다.

상차림에서부터 전체적인 공간연출과 테이블꾸미기에 초점이 맞춰져 가정에서는 물론 식당과 사무공간 등에서 활용이 가능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에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실생활 공간으로 꾸몄다.

개막식에는 경기대의 외식조리학 김명희 교수와 요리연구가 김보성, 이서형 등 6명이 백자 접시위에 구절판, 만두, 떡, 갈비찜 등 음식을 한상 차려내 실생활과의 친밀감을 표현했다.

한국공예관 관계자는 “서영기씨의 작품을 통해 단양 방곡도예촌의 장인정신과 예술혼, 백자의 참다운 가치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실생활에서 유용하고 가치있게 쓰일 수 있도록 연출했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쉽고 재미있게 관람하고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 작가는 경기대 예술대학 공예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개인전 8회와 국내외 그룹전 100여회에 참여한 바 있다. (☏043-268-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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