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작년 발생 149건 중 82% 차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가정의 의미를 되새겨 볼 때다. 하지만 행복의 표상이 돼야 하는 가정에서 우리 아이들이 학대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충격적인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아동학대는 우리 사회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실제 일어난 사례 가운데 극히 일부분만 신고가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충북도내에서만 지난해 신고 건수가 200건이 넘었다. 충북도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실태와 신고 현황, 가해자 및 피해 아동에 대한 사후 조치 등을 통해 진단해 본다.

#사례1 친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A양. 그러나 A양에게는 아버지와 얼굴을 맞대고 생활하는 것 자체가 지옥과 다름없었다. 아버지는 수시로 A양을 성추행했다.

성학대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이어졌다. 신고접수를 받은 전문기관 측은 관계기관의 도움을 받아 A양을 치료 및 격리 조치했고 아버지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고발돼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사례2 친어머니와 살고 있는 초등학교 2학년. 친어머니는 옷을 다 벗긴 채 알몸으로 내쫓는다. ‘말썽을 피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부끄러움을 떠나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머니가 이해되지 않는 아이, 분노만 쌓이고 있다.

#사례3 아버지가 가출하고 알코올 중독자인 친어머니는 망상 증상으로 초등학교 6학년의 아이에게 부엌칼을 들이대며 ‘나가 죽어라’ 등 폭언과 폭력을 수년 간 저지르고 있다.

하지만 전문기관이 신고접수를 받아 분리 조치하려 했지만 알코올 기운이 가라앉은 상태의 어머니는 아이의 보호처분을 거부했다. 세상을 향해 내민 손이 오히려 어린 아이에게 상처만을 남겨줬다.

지난해 충북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아동학대 사례 접수현황을 분석한 결과 아동학대 의심사례 202건을 비롯해 일반사례 56건 등 모두 27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 조사결과 아동학대 의심사례로 접수된 202건 가운데 실제로 폭행 등 학대가 이뤄진 사례는 149건으로 나타났다.

학대유형으로는 방임이 4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체·정서·성학대와 유기 등 아동학대 유형이 중복해서 일어나는 중복학대가 68건, 정서학대 18건, 성학대 11건, 신체학대 7건 등의 순이었다. 충북도내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2005년 57건, 2006년 68건, 지난해 149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 많아

충북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지난해 접수된 149건의 아동학대 신고를 분석한 결과 82%(122건)가 친부모에 의해 저질러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낳지 않은 자식을 더 괴롭힐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지만 가해자가 친부모인 경우가 훨씬 많으며 아동학대가 벌어지는 주 장소가 가정이다.

아동학대 피해자의 연령은 초등학교 재학 정도의 나이인 7∼12세가 56%(84건)로 절반을 넘었고 6세 이하 23%(35건), 13∼15세 21%(32건) 등으로 15세 이하 아동들이 주를 이뤘다. 학대 유형도 방임, 정서학대, 신체학대는 물론 성학대까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발견 즉시 적극 신고해야

아동학대의 특성상 주변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 그러나 피해자가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알리기 힘든 어린 나이인 데다 학대행위가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고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인식 때문에 아동학대가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학대사실을 알게 되면 교사나 의료인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는 곧바로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평판을 두려워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신고 시 아이의 부모와 빚어질 갈등, 잦은 신고가 이뤄질 경우 문제시설로 낙인찍는 분위기 등이 주원인으로 실제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신고를 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김경환 충북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은 “신고 의무자인 학교 교사들 또한 아이들의 학대사실에 대해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예전의 가정방문이 사라진 지금 아이들의 가정환경을 알 길이 없기 때문”이라며 “적극적인 관심이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제도적 기반 마련돼야

아동학대를 방치할 경우에는 신체ㆍ정서적 장애를 유발시키는 것은 물론 학대의 악순환이 이어져 탈선ㆍ비행 청소년이 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상담기관의 효율적인 운영을 적극 지원하고 신고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신고자 현황을 살펴보면 부모, 이웃, 친인척 등의 비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건수가 144건이었으며 신고의무자에 의한 신고가 58건이다.

교사, 의료인, 시설종사자,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등을 신고의무자로 정해 놓고 있으나 홍보 및 인식부족으로 인해 신고의무자에 의한 아동학대 발견이 저조한 편으로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또 아동이 자신의 느낌을 이해하고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아동 학대 예방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학대 피해 아동을 위한 심리치료 방문상담 프로그램, 피해아동과 가족을 위한 심리사회 치료 프로그램, 피해아동을 위한 쉼터 확대, 아동학대 재발방지 프로그램 ‘학대가정을 위한 가족 중심 원스톱 서비스’ 등이 운영돼야 한다.

정부도 아동복지법과 시행령을 만들고 아동 학대의 예방과 치유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은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다.

교육과 치료시설 확대, 전문인력 확충, 청소년 문화공간의 확보 등에 힘써야 한다. 아동상담전용전화는 전국적으로 ☏1577-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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