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군 출신 ‘한국화 거장’ 청초 이석우전

전쟁으로 고향인 청원군 강서면 문암리를 떠나 부산에서 예술 활동을 펼쳐야 했던 현대 한국미술계의 큰 별 청초 이석우 화백의 예술혼을 대청호 풍광과 함께 느낄 수 있는 자리가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서민 삶의 애환을 화폭에 고스란히 담아 온 현대풍속화의 거장 청초 이석우 화백의 작품 19점을 감상할 수 있는 ‘청초 이석우전’이 내달 16일까지 일정으로 청원군립대청호미술관 1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 화백은 전쟁으로 인해 궁핍한 시대 속에 한국화 불모지에 텃밭을 일구며 현실생활의 소재들을 중심으로 삶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색깔을 그려냈다.

생활을 통해 예술을 찾지 않고 ‘예술이 곧 생활 자체’였던 그의 삶과 맞게, 가난하지만 정이 살아있던 우리 옛 모습의 초상 속에 희로애락이 담긴 인생의 축소판을 그려내 과거로 돌아간 듯 애틋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는 인물 중심 묘사를 통해 농어촌 생활과 도시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주로 화폭에 담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전쟁과 곤궁한 일상을 함께 겪으며 서민의 인고를 화폭에 그대로 옮겨 담았다.

6·25 전쟁 이후 혼란의 시기에 그려진 ‘목도꾼’은 두 목도꾼이 긴 목도책 중앙의 목도줄에 묶인 무거운 짐을 나르고 있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목도꾼의 표정은 대단히 고통스럽고 힘들어 보인다. 수묵의 어두운 흑백과 배경이 생략된 채 인생의 노여움과 슬픔이 고스란히 녹아든 모습만이 클로즈업돼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 화백은 전쟁 시기의 고통스러운 일상이 담긴 이 화폭에  ‘고진감러라는 제목을 붙여 보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한다.

목도꾼을 비롯한 수묵의 어두운 흑백톤으로 구성됐던 암울한 화면은 1970년대에 와서 자유분방하고 마치 어둠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자유를 되찾은 서민의 환희를 표현하듯 화려한 색감으로 된 농악패의 춤판을 화폭에 담았다.

저녁 달빛 아래에서 기쁨과 흥에 끌려 자유롭게 펼쳐지고 있는 농악패의 신명은 화선지 가득 농악소리가 배어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 다른 작품들과 달리 ‘월하강욕’에서는 휘영청 보름달 아래 목욕을 하고 있는 여인네의 모습을 낭만적으로 그려내 신비한 느낌을 선사하기도 한다.

1980년대에 와서 이 화백은 강가나 바닷가의 바위에 노인이 외로이 앉아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는 그림을 주로 그렸다. 그림의 한켠에는 ‘낚아도 낚아도 낚이지 않는 세월’이라는 글귀를 마치 얼마 남지 않은 작가의 인생에서 세월을 빨리 낚아 올리고자 하는 조급한 심정을 대변하듯 독백처럼 남기고 1987년 후두암으로 타계했다.(☏043-251-3541~2)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