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두는 단연‘파괴’로 요약된다. 우리사회에서 정치와 경제, 사회, 그리고 지자체와 기업까지 파괴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터져 나오고 있는 파괴바람은 놀라움 그 자체다.

문제는 그동안 학습효과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따라 충격의 강도가 둔감해질 만도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전보다 강도가 더 세지고 있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상식이하의 파괴 바람은 마치 개그콘서트와도 같다. 지금 내가 제정신인가 할 정도다. 인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잇달아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는 분명 미래를 위해 나아가고 있지만, 유독 과거로 회귀하려는 사람들이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우리사회를 가장 먼저 뜨겁게 달궜던 진앙지는‘변양균-신정아 사건’이다. 신씨의 가짜학위 파문은 우리사회를 너무도 큰 혼란에 빠뜨렸다.

아직도 그 여진은 계속되고 있지만 고교를 졸업한 신씨가 동국대교수가 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 단적인 일이다.

삼성비자금에 떨고 있는 사람들

그 중심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신씨의 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점이다.

한 때 잘나가던 고위공직자가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면서 우리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가져다 줬다.

최근에는 잠잠해지는가 했더니 교도소에 수감된 신씨의 난데없는 자서전 얘기가 나돈다.

그녀의 자서전이 실제 등장할 경우 여러 명이 또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가 들린다. 누가 이번엔 ‘신씨의 먹잇감’으로 나타날 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10월 마지막 주부터 한 정치인의 ‘대권3수 노욕’이 17대 대선 정국을 뿌리 채 뒤흔들고 있다.

이회창씨가 출마선언도 하기 전에 단박에 20%대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50% 대의 지지율을 보였던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대권가도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 후보가 의외의 복병을 만난 것이다. 급기야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이 ‘자해성 아킬레스건(대선자금)’의 뇌관을 터뜨리고 말았다. 야당의 전·현 대선 후보진영간 치고 받으면서 공멸의 분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이래저래 12월 대선은 누가 대통령이 될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진흙탕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누구도 향후 대전정국을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삼성그룹의 충격적인 비자금문제가 터져 나왔다. 삼성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문제가 수면 아래로 잦아드는 것처럼 보이더니 김용철 전 법무팀장의 양심고백으로 이건희 회장이 지시했다는 로비문건이 한 중앙일간지에 의해 그제 공개됐다.

소위 우리사회의 힘 센 곳에 근무하는 검사들의 떡값리스트와 2002년 대선자금 비자금의혹 등이 공개될 것으로 보여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으로 비화된 삼성발 비자금문제는 이건희 회장 일선 후퇴론 까지 거론될 가능성이 높지만, 삼성이 사회 각계 각층에 조직적으로 실시한 로비에 그룹 최고 수뇌부가 결부됐다는 것은 충격적인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이왕에 파괴바람이 불려면 가격파괴실험 중인 이마트 발 가격혁명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국제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면서 이마트의 가격파괴바람은 대단히 신선하게 들린다.

이 회사는 지난달 자체브랜드 PL(Private Label)상품을 제조업체 브랜드보다 최대 47%까지 낮췄다. 국내 최대 유통채널인 이마트의 이 같은 도전적 가격혁명은 오르기만 했던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들에 한바탕 충격파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마트의 가격파괴바람은 소비자들에게 모처럼 즐거움을 주고 있다.

서울시 인사개혁의 종착역은

마지막으로 서울시의 지자체의 개혁의 바람이다. 오세훈 시장이 3% 무능공무원 퇴출에 이어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2010년까지 1천300명의 공무원을 퇴출시킨다는 것이다.

‘오세훈 발 서울시 인사개혁’이 전국 지자체로 확산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오 시장 식의 ‘작은 조직’ 지향의 개혁혁명은 아직 이런 변화의 바람에도 꿈적 않는 중앙부처와 단체장들에게 정말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사회는 그동안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의 과오는 용납해주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였다. 그러나 사회의 검증시스템이 무력화되면서 가짜가 진짜를 누르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어 삼성의 비자금문제로 재벌의 ‘권력관리’ 행태를 드러냈고 이회창씨의 ‘대권 3수’가 우리 사회의 혼란한 틈을 비집고 올라섰다.

이를 용납않는 사회적 거부는 두말 할 필요조차 없다. 이왕에 파괴바람이 불려면 적어도 서울시와 이마트 정도는 돼야 한다. 변화에 둔감한 정치권과 지자체 등에 혁명적인 파괴바람이 휘몰아쳤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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