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희 중국삼성 사장 글로벌 경영

충청매일은 창간 8주년을 맞아 충북 출신으로 삼성 간판주자의 한 명인 박근희 중국삼성 사장(54)을 인터뷰했다. 박 사장은 중국삼성 6만여 임·직원의 사령탑을 맡아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자 ‘세계공장의 블랙홀’로 불리는 13억 중국인을 대상으로 삼성글로벌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

▶2005년부터 중국삼성 사장을 맡고 있는데 경영관은.
“정도경영(正道經營)이다. 정도경영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으로, 중국삼성사장에 취임하면서 강조한 것이 법을 지키고 부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자신보다는 조직을 우선하고 조직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자신을 내놓아야 한다. 또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 제고다. 경영 환경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하고 중국의 경제는 시간단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속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경영성패의 관건이다.”

▶중국삼성의 경영 방침은.
“중국삼성의 중장기 비전이자 전략방향은‘제2의 삼성건설’이다. 이는 현지완결형 경영체계를 구축, 중국에 초일류기업 중국삼성을 만드는 것이며 현지완결형 경영이란 상품기획·디자인·연구개발·생산·판매를 중국시장 특성에 맞게 중국에서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중장기 비전으로는 중국 내 경영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올해 경영방침을 ‘창조적 혁신과 도전’으로 정하고 강점은 발전시키되 기회는 포착하며 위험요인을 극복하는 것이다.
실천과제로는 최고의 경쟁력 확보다. 경쟁력은 기업생존의 원천이므로 세계최고의 경쟁력에 맞춰져야 한다. 제조부문은 생산현장과 협력사의 경쟁력 확보까지, 영업부문에서는 고객만족경영을 통해 시장지위를 높여 가는 일이다. 또 변화 대응능력 제고다. 중국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위험도 크지만, 한발 앞서 대응한다면 선두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특히 북경올림픽은 삼성이 명실공히 세계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자리 매김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삼성의 경영문화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나.
“‘인재제일(人才第一) 경영’이다. 이는 삼성그룹의 5대 핵심가치(인재제일·최고지향·변화선도·정도경영·상생추구) 중 첫째 항목이다. 삼성은 이병철 선대 회장이 인재제일 철학을 통해 인재확보·양성에 강한 의지를 보였고, 이건희 회장 역시 인재양성과 천재급 인력확보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인재제일은 경영철학이자 삼성의 경영문화다. 중국 내 제2 삼성건설을 위한 지름길도 우수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는 것이다.”

▶중국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이뤄지나.
“직원 6만735명 중 주재원 734명을 제외하면 모두가 중국인들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져야 조직 내부의 의사소통이 강물처럼 흘러 초일류기업이 될 수 있다. 특히 해외사업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절대적이다. 취임 이후 매주 직원들에게 CEO메시지 등을 발송하는 것은 ‘신경영 철학’과 회사의 방침, 그룹의 경영전략을 제대로 전달해 조직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언어문제는 동시통역을 활용한다.”   

▶중국삼성의 마케팅 전략은.
“중국시장은 단일국가 시장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빠른 성장 못지 않게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는 저가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상실했고 중·고가 시장도 다국적기업과 로컬기업들이 접점을 찾아감으로써 경쟁이 치열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경쟁에 이길 수 있는 길은 소비자의 욕구에 맞는 중국향(中國向) 제품, 그것도 디자인이나 기술에서 첨단을 리드하는 제품을 출시해 경쟁사와 차별화 하는 전략이다. 삼성은 선택과 집중, 프리미엄화, 현지화, 차별화 등의 전략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와 ‘경영의 현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고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은.
“장기적으로 중국경제는 낙관적이다. 중국은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를 계기로 개방을 본격화한 이후 10여 년 간 연평균 9.8%의 고성장을 구가해 왔고, 최근에도 4년 연속 10% 이상의 고도성장과 함께 ‘무착륙비행’을 하고 있다. 중국경제는 문제점도 있지만, 긍정적 요인도 많기 때문에 최소 7∼8% 대의 성장은 무난할 것이다. 거대 내수시장이 중국경제의 장점이고 강력한 정부와 정부의 중장기적 경제비전, 정책일관성이 국가경영 저변에 존재한다. 또 국민의식의 보편화와 부(富)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으로 시장경제정착, 막강한 중화경제권의 화교네트워크와 화교자본의 존재 등이다. 장기 전망으로는 중국정부가 목표로 한 2020년 1인당 GDP 3천∼5천 달러 수준의 ‘사오캉(小康) 사회’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본다.
중국의 성장은 한국경제와 한국기업에게 기회인 동시에 위협요인이다. 중국수출과 투자 기회의 확대 측면에서는 기회이지만,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점은 위협 요인이다. 장기적으로 한국과의 경쟁 관계 측면이 부각될 것이다. 결국 고부가가치 분야에까지 중국제품의 추격이 심화돼 한국의 한계산업 퇴출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중국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향후 한국경제의 성장속도와 질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다.”

▶삼성은 창조경영과 ‘중국삼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배경이 무엇이고, 1심1촌(一心一村) 캠페인은.
“1993년부터 추진된 이건희 회장의 ‘삼성 신경영’ 기본이 변화와 창조이며 CEO의 덕목 중 하나가 창조경영이다. 창조경영 철학의 실천은 우수한 인재확보와 유연한 조직문화, 임직원의 의식변화다. 이를 위해서는 창조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우수 인재확보가 중요하고 R&D투자를 통해 신제품과 기술을 개발, 경쟁사에 앞서 신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삼성중국에서 ‘중국삼성’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단순한 단어 조립의 차이가 아니라 개념상의 명확한 차이가 있다. 즉, 삼성중국이 중국을 삼성사업의 한 지역으로서 의식한 것이라면, 중국삼성은 현지화 된 중국 속의 삼성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2005년부터 ‘일심일촌’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사회공헌이 기업의 최고 미덕이자 경영이념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차원이 아니라 사회공헌을 하지 않는 기업은 망한다는 나눔의 경영철학에서 출발한다. 때마침 중국 정부와 중국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가 삼농(三農)문제 해결 및 신농촌건설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이 운동에는 41개 지법인이 참여해 43개의 농촌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교육, 사회복지, 농촌지원, 환경보호 등에 중점을 두고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 기업인 등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중국경제의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중국의 외자유치 정책변화, 근로자의 의식수준 향상, 로컬기업의 경쟁력 강화 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의 외자유치 방향은 첨단기술 분야의 기술이전을 수반하는 투자로서 이를 충족시키기가 어려워지고 근로 집약적 저임금에 의존하던 국내 기업들은 더욱 힘들 것이다. 중국기업들은 몇 년 후에는 한국기업을 따라 잡거나 능가할 것이며 세계 일류기업들도 기술개발 및 시장개척 등 대 중국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내 기업은 중국시장 변화에 대응해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와 제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또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중국시장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중국시장을 제대로 알고 리스크 관리 등 전략경영을 강화하는 한편 경영혁신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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