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 개방이 이뤄진 1996년 이후 대형소매점은 200여개 늘어났지만, 소형점포는 14만개나 문을 닫았다. 2000년을 100으로 한 통계청의 판매액 지수도 2005년 대형마트는 195.7을 기록한 반면 기타 소매점은 94.3으로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유통 권력’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대형소매점들의 무차별적인 시장확장은 지역 상권을 고사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시장상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대형소매점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재래시장이 고객이 다시 찾아오는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손님과 같이 호흡을 해야 한다. 고객은 상품만을 사지 않는다. 상품을 사면서, 상인의 서비스를 같이 사게 된다. 그것이 상품의 가치가 된다. 똑같은 물건도 상인에 따라, 상품의 가치가 되는, 고객의 만족도는 달라진다. 똑같은 1천원으로 똑같은 물건을 샀지만, 고객이 유쾌한 쇼핑을 했다면 2천원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으며, 반대로 불쾌한 쇼핑을 했다면 500원짜리도 되지 못하는 상품을 구입한 것이 된다.

고객은 대형소매점에서 1천원짜리 물건을 구입할 때, 쾌적한 쇼핑환경에 대한 가치를 포함해서 구입하게 된다. 그렇다면 시장은 1천원짜리 물건에 어떤 가치를 더해서 고객에게 줄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분명히 대형소매점의 쇼핑환경을 따라 갈 수는 없다. 하지만, 대형소매점의 쇼핑환경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다. 그렇다고 대형소매점의 쇼핑환경을 무조건 좋다고 할 수 있을까. 기계적으로 계산되고 정리돼지는 대형소매점에서 고객은 외롭게 오직 상품을 보면서 쇼핑에만 몰두해야 한다. 또 물건을 파는 사람은 아르바이트이거나 종업원인 경우가 많다. 고객과 대면하는 그들의 자세는 직업적이고, 정해진 범위 안에서 친절할 수 있다. 

시장은 어떨까. 수년간 많게는 수십년간 자기 장사를 해온 베테랑이며 전문가들이다. 예전의 활기찬 표정으로 찾아오는 고객을 맞이해보자. 고객과 호흡한다는 것은 고객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고객과 얘기를 나누고, 서로의 정을 나눠보자. 옆집 개똥이 이야기라도 좋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의 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서 시장이 되살아난다면, 시장은 유쾌한 쇼핑 공간으로 창조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키워드는 정이며, 물건하나하나를 만들때도, 전달할 때에도 그리고 사용할 때에도 정을 느끼는 ‘고객과 함께 호흡하는 시장, 시장과 함께 호흡하는 지역주민’은 내가 그리는 또하나의 미래를 위한 키워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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