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설연휴가 끝나고 모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번 설은 예년 같지 않게 낮 기온이 영상 12도까지 올라 근래 보기 드물게 포근한 설로 기록됐다고 한다.

조상님들께 절을 올리면서 음덕을 빌고 오랜 만에 만난 가족 친지들과, 친구들과, 그리고 이웃들과 날씨만큼이나 푸근한 고향의 안방에 둘러앉았다.

즐거운 만남과 정겨움이 넘쳐 밤늦도록 정성스레 빚은 술과 설음식을 나눠먹으며 덕담을 주고받는다. 설빔을 입은 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빳빳한 세뱃돈 받아들고 좋아한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설을 맞아 고향을 찾은 이들과 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라서 그런지 이야기꽃이 끊이지 않는다.

어릴 적 가난하고 풍족하지 못했던 그 시절의 설 이야기에서부터 요즘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다양했다.

그러다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레 먹고사는 민생문제로 옮아갔다.

우선 부동산 문제. 참여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만 수없이 쏟아냈고 며칠 전 정부가 집값 안정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장담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사철을 앞두고 있고 부동산 대책 뒤에 집값이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시국회에서의 부동산 대책의 입법이 우선 처리돼야 한다는 데 자연스레 공감대가 형성됐다.

만약 법안처리가 무산되고 그로 인해 다시 집값이 불안정해진다면 서민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이유다.

교육비에 대해서도 들춰졌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학부모는 올해 사립대학에 입학한 자녀 등 대학생 두 명의 등록금만 700만원을 넘게 냈는데, 책값과 하숙비 등을 합치면 한 학기에 적어도 1천만원을 넘게 가져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사교육비를 비롯한 교육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또한 중고교생들의 교복값 거품문제에 대해서도 매년 반복돼 왔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에 대한 분통도 터져 나왔다. 

경제성장과 함께 국민소득이 2만 달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서민들이 실감하는 체감경제는 썰렁하기만 한 것 같다.

대선을 앞두고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은 유력한 대선 후보간 폭로사태로 검증공방이 계속되고 있고 열린우리당 역시 의원들의 탈당사태와 분란으로 편안한 날이 없다.

이로 인해 정작 민생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언제까지 민생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밥그릇 다툼이나 하는 정치를 바라봐야만 하는 지 개탄스럽다는 게 이번 설에 드러난 민심의 실체다.

국민들이 별 걱정없이 잘먹고 잘살게 해주는 게 가장 잘하는 정치다.

나라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동북아의 중심으로 거듭나 세계를 호령하는 대한민국 건설도 좋지만, 대학에 진학하는 자녀 등록금 걱정없이, 가족들 몸 편히 쉴 수 있는 집 장만 걱정없이 그저 편안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은 게 국민들의 바람이다.

하지만 넉넉한 살림살이 덕에 자녀들 등록금 걱정도 안하고 운동장처럼 넓은 집에서 사는 정치인들이라 그런 지 민심을 모르는 듯하다.

국민을 위한 ‘정치(政治)’가 아닌, 권력에 취해 이성을 상실한 ‘정치(情痴)’를 벗어나지 못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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