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2년 12월에 치러진 16대 대통령선거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제1야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비교해보면 학력과 경력 등 여러 면에서 뒤진다는 평이었음에도 대통령 선거는 박빙이었고, 대선 1년 전만 하더라도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드물었음에도 이회창 후보와 57만980표(2.32%) 차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 그만큼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의 의미를 지녔다. 우선 학력차를 극복한 대통령, 지역색을 극복한 대통령,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대통령 그리고 50대(代) 대통령 시대를 연 대통령이었다.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우리나라의 신선한 변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의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여론은 긍정적이지 않다. 노 대통령 말대로 우리나라 대표 신문사인 조ㆍ중ㆍ동이 여론을 왜곡 시킨다 강변해도 민심은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변화를 시도했고 그 성과도 있으나 국민들이 그 노력을 체감할 수 있을 만큼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최근 노 대통령이 주장하는 개헌 논의만 해도 그 개연성에 공감은 하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더 기막힌 점은 대통령과 함께 하던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일부 국회의원들이 4년 만에 뛰쳐나와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이 같은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다. 강력한 대통령제에서 아무리 임기 말로 접어들었다 해도 말이다. 대체 어찌 돌아가는 판인지 국민이 보기엔 참으로 고약하고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새로운 시대적 변화를 기대하며 뽑아준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이제 집권말기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민생을 챙겨도 시간이 부족할 판에 제 밥그릇 챙기기에 전념하고 있다. 격세지감이다.

2. 합천군은 밀레니엄 사업으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총 100억원을 들여 황강변에 조성한 ‘새천년 생명의 숲’ 공원 이름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바꾼다고 해서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합천군내 280여명의 초·중·고 교사들은 일해공원 명칭 변경 반대 선언문에서 “전 전 대통령은 천문학적인 불법 비자금 조성과 80년 광주학살의 죄목으로 내란반란의 수괴 등으로 이미 실정법의 심판을 받고, 전직 대통령의 예우 또한 박달 당했으며,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 교과서에도 이를 반영해 서술돼 있다”면서 “학생들의 야외학습 장소 등으로 사랑받는 ‘새천년 생명의 숲’이 역사의 죄인인 전 전 대통령의 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불린다면 학생들이 매우 혼란스러워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합천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고향임을 전국에 홍보해 관광객을 유치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 했다는 데 이런 발상 자체가 애처롭기 그지없다. 아무리 세상이 경제논리가 판친다 해도 ‘일해공원’ 명칭 변경으로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이 발전되고 경제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고 이러한 일을 군민의 의견은 나 몰라라 외통수로 내뻗을 일이 아니다.

전두환 씨로 인해 가슴에 크나큰 상처를 입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다시 헤집는 진짜 이유가 무언지 궁금하다. 오죽하면 박근혜 한나라당 전대표도 ‘지자체의 고유권한이긴 하지만 이번 일해공원 명칭 결정은 적절치 못하다. 국민적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국민정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을까. 전두환 씨가 법정에서 죄인으로 판명 받은 것이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건만 다 잊은 것인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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