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의 ‘2월’이다. 일 년 전 지금 이맘때쯤 베트남에 다녀왔는데 그곳은 벌써 모내기 준비가 한 창이었다. 한 해가 시작되고 있었다. 하노이 부근 버스길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이국적이면서도 낯익은 풍경이라 매우 인상적이었다.  몇 시간을 달려도 끝없이 펼쳐진 평야에는 아낙네들이 논에 물을 대느라 한창이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긴 장화를 신고 손에 손에는 삽과 괭이로 흙탕물 속에서 작업하는 아낙네들. 20여 년 전 우리 농촌을 보는 것 같아서 정겹게 느껴졌다. 우리는 기계화가 돼 있지만 그들은 아직도 모든 걸 사람의 손으로 하고 있었다. 신기한 것이 남자들은 길거리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거나 잡담하면서 놀고 있고, 들녘에서 일하는 대부분이 여자들이었다. 베트남도 유교 문화권이라 여성들은 결혼하면 남편을 공경하고 순종한다는 전통과 함께 오랜 전란(戰亂)때문에 남자들은 전쟁터로 나가고 집안일은 아낙네가 도맡아함으로써 그렇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농촌으로 시집 온 베트남 신부들이 비교적 생활력이 강하며 적응을 잘 한다고 들었다.
일 년 중 2월은 매우 의미 깊은 달이다. 1월이 한 해를 설계하는 달이라면 2월은 계획을 재점검하는 달이라 하겠다. 성공하려는 사람은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목표가 섰으면 실행계획이 수립돼야 하고, 계획이 세워졌으면 그 계획은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옛말에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고 (一日之計在於晨·일일지계재어신)/ 한 해의 계획은 봄에 있고 (一年之計在於春·일년지계재어춘)/ 일생의 계획은 유년에 있나니(一生之計在於幼·일생지계재어유)/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나이 들어 아는 게 없으며/(幼而不學老無所知·유이불학노무소지)/ 봄에 씨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수확이 없으며/ (春若不耕秋無所得·춘약불경추무소득)/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에 판단하는 바가 없느니라 (寅時不起日無所辦·인시불기일무소판)’ 란 말이 생각난다. 

누구나 한 해가 시작되면 새로운 각오(覺悟)와 계획으로 출발한다. 그러나 그것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고 만다. 중요한 것은 계획이 아니라 ‘실천’이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을 동시에 갖추면, 두 수레바퀴가 굴러 가는 것과 같다”는 옛말이 있다. 그렇다. 수레바퀴는 두 개가 돼야 잘 굴러가듯이 ‘아는 것과 실천’이 하나로 합일(合一)될 때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있겠다. 지금 당장 다시 한 번 1월에 세웠던 각오와 계획을 점검해 봐야겠다.

올해의 각오가 벌써 흐지부지 돼 버린 나. 나약한 내 모습이 부끄럽다. 그래서 나 자신부터 올해에는 이것만이라도 실천할 것을 다짐한다. 그것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것이다. 혹자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 인간’을 주창하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아침형 인간’이란다. 아무래도 하루의 성패는 아침에 결정되는 것 같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일찍 일어나는 만큼 하루가 길어지고, 길어지는 만큼 여유가 생긴다. 30분 일찍 일어나면 30분 길어지고, 한 시간 일찍 일어나면 한 시간 길어지고, 두 시간 일찍 일어나면 두 시간 길어진다. 새벽녘 인시(寅時·새벽 2~4시)에는 우주의 기운(氣運)이 하나로 모인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우주의 충만한 기운을 한껏 들이쉴 것을 권한다. 그래서 나는 위에서 인용한 구절 -“인시불기(寅時不起)면 일무소판(日無所辦)이라”-을 매일 암송한다. 그렇다.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의 소득이 없다. 올해에는 기필코 ‘아침형 인간’이 되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