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의 고대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대하사극들이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

부여로부터 탈출해 고구려를 세웠던 시조 주몽(朱蒙)의 이야기나, 고구려 말 대막리지로 당나라를 굴복시켰던 연개소문(淵蓋蘇文), 고구려 멸망 후 유민을 이끌고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大祚榮)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대하사극답게 광활한 영토에서 벌어지는 기마전투신과 통쾌한 무용담은 눈요깃거리가 되고 주인공들의 애민정신과 사랑, 고뇌와 갈등 그리고 정의와 신념 등은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들의 이야기는 최근 중국이 고구려사(史)를 자기들 역사로 귀속시키려는 의도를 띤 동북공정(東北工程) 추진으로 인해 우리나라와 관계가 껄끄러워진 가운데 한국고대사를 집중 조명함으로써 역사인식을 새롭게 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시대적 상황에 맞아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천년이 훨씬 지난 시점이지만 이 고대 영웅들의 이야기는 지금 열풍에 가깝도록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왜 그럴까.

고대의 영웅들은 당시 처했던 시대적 상황은 달랐지만 위기에서 하나같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나라를 이끌었던 인물들이다.

고구려의 건국시조인 주몽은 그동안 신화(神話)적 존재로 알려져왔지만 드라마는 에피소드 중심으로 관계가 얽히고 배경, 혈연관계 등에서 역사교과서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드라마에서의 주몽은 하늘에서 내린 권력이나 신화적인 측면보다는 온갖 역경을 스스로 헤쳐 나가면서 백성을 규합하고 나라를 세우는 서민적 영웅으로 그려지고 있다. 연개소문은 어떠한가. 고구려 말 재상으로서 정칟군사적 실권을 장악하고 강력한 대외강경정책으로 당나라로부터 고구려를 지켜냈던 영웅으로 중국의 동북공정을 공격하고 있다.

또 대조영은 누구였는가. 그동안 고구려 유민으로 당나라에 의해 멸망한 고구려 부흥을 위해 평생을 바쳤고 해동성국 발해(渤海)를 세운 인물이다.

그는 특히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해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국가임을 천명했다.

이 영웅들의 이야기를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에 비춰 묘하게 연결시키려는 시각이 있기도 하다.

혼란한 국가를 안정시키고 국민들이 평안히 살 수 있도록 스스로 주몽이 되고, 연개소문이 되고, 대조영이 되고 싶은 게 정치인들의 ‘꿈’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드라마를 통해 본 이들은 역사적 사실과 차이가 있든 없든 분명 위기에서 국민과 나라를 지켜낸 영웅들이다.

그래서 이들의 리더십 따라잡기에 관심들이 대단한 듯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형만 닮을 것이 아니라 어려운 현실에서 조정과 포용력, 그리고 조화를 바탕으로 하여 대내·외적으로 경제난과 민생문제를 해결하고 지혜와 용기를 갖춘 리더십이 필요하다.

백성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줌으로써 그들로부터 추앙받고 신뢰받는 지도자가 될 때 비로소 난세의 영웅이 될 수 있는 법이다.

단, 현실을 올바로 판단하는 명민함, 끊임없는 자기 연단과 성찰, 헌신과 희생 정신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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