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조류독감 비상사태를 맞았다. 전북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은 충남 서산, 경기 양평으로 확산되며 농축산가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27일 박홍수 농림부장관은 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류독감 발생지역의 고양이, 개, 돼지, 염소 등 가축도 살 처분한다고 발표했다. 조류독감 발생지역 500m에서 3km까지를 위험지구로 지정하고 강력한 조치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조류독감과 구제역은 불가항력으로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늘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철새들이 주범이며, 사람들의 접촉이나 공기를 통해 전염시키기 때문이다. 애지중지 밤낮으로 보살피며 키워온 가축들을 하루아침에 살 처분해야만 하는 농민들의 답답한 심정을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해 조류독감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인체에 무해하다며 시식회를 벌이고 소비운동을 추진하던 기관장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번 조류독감이 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로 밝혀지면서 발생지역의 500m ~3km까지를 위험지구로 지정하고 모든 가축을 살 처분한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식용으로 사육하는 동물이나 애완견으로 기르는 동물까지 살 처분의 대상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문제는 가정에서 자식처럼 키우는 애완견과 맹인들을 인도하는 맹도견, 노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동행견 등의 처리 문제다. 자식처럼 키우는 애완견을 살 처분하라고 내어줄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행정당국과 동물보호협회나 기타의 단체들은 서둘러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조류독감의 항원체가 있어 예방접종이 가능하다면 하루 빨리 맹도견과 애완견들을 예방접종 시키고 전염병으로 인한 살 처분의 위기에서 구해줘야 한다. 현재 정부는 확산돼가는 조류독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학생들의 소풍이나 여행객들의 이동을 자제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수학여행때 조류독감 발생주변지역은 피해줄 것을 교육당국에 통보한 상태다. 피할 수 없는 상황과 피하고 대비할 수 있는 상황은 엄연히 구분돼 후속처리가 이어져야 한다. 최선의 예방책으로 가축들도 보호하고 인간들과 동고동락하는 애완견들의 피해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의 증상이 인간에게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언제인가 지인들이 모여 세상사를 이야기하던 자리에서 어느 경제학자의 심각한 이야기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만약 조류독감과 구제역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간다면 우리나라의 경제적 피해손실액은 40조원에 육박할 것이며, 순간적인 피해로 인해 국가경제의 위기를 몰고 올 것이라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갈수록 피해정도가 심해지며 병원체의 강도가 강해지는 것을 보면 경제학자의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장담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보건당국은 언제나 계절을 앞세워 찾아오는 불청객인 조류독감의 예보실시제를 운영, 사전예방으로 피해를 줄이고 사람과 애완동물의 예방접종을 실시토록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전염병의 강도가 강해지는 원인은 산업경제의 발달로 배출되는 산업쓰레기와 각종공해로 지구의 환경이 오염되고 있으며, 전염병의 매개체 또한 환경오염의 독성을 이겨내고 강력한 전염 병원체가 돼 조류독감으로 순식간에 가축을 전멸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환경파괴에 앞장 선 인간이 만들어낸 자업자득의 결과라 하겠다. 환경파괴가 인간의 목숨을 위협한다는 메시지를 조류에 이어 사람과 가장 가까운 개까지 조류독감에 전염시켜 전달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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