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를 만들어낸 거인, 강원도 시골소년에서 세계적 기업가로 성장했던 아산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모든 이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평화 속에 잠들었다.

고 정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영결식이 25일 오전 10시 서울 풍납동 서울중앙병원 대운동장에서 유가족과 각계 인사, 계열사 임직원 등 7천여명의 조문객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이인원 현대 고문의 사회로 진행된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보고, 고인의 육성녹음 청취, 추모사, 헌시, 헌화.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고인은 대형 멀티비전으로 중계된 생전 육성녹음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긍정적인 생각이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호상인 유창순 전경련 명예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인명은 재천이며 인수는 유한하다 하지만 유명을 달리 해야 하는 자연의 섭리가 못내 안타깝고 서러울 따름”이라며 “이승에서의 모든 번뇌와 슬픔을 털어버리고 안심왕생하라”고 애통해 했다.

유 고문은 “고인은 열일곱 나이에 산업현장에 뛰어들어 초근목피로 전전하던 우리 민족을 선진국의 반열로 끌어올린 산업화의 산 증인”이라며 “백사장 사진 한장으로 대형선박 2척을 수주하는 등 세계인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수많은 신화를 만든 우리 경제의 거인”이라고 회고했다.

김상하 전 대한상의 회장은 추모사에서 “경륜과 지혜를 모두 갖춘 경제인이 드문 요즘, 고인은 기업인 뿐 아니라 일반인의 존경과 추앙을 한몸에 받던 재계의 거목이요 선구자였다”고 강조했다.

고인과 오랜 교분이 있는 원로시인 구상씨는 탤런트 최불암씨가 대신 읽은 추모시에서 “하늘의 부르심을 어느 누가 피하랴만/ 천하를 경륜하신 그 웅지 떠 올리니/겨레의 모든 가슴이 허전하기 그지없네”라고 추모했다.

영결식에는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 신국환 산업자원부장관, 김각중 전경련 회장, 동아일보 김병관 회장.김학준 사장, 이홍구 전 총리, 한승주 전 외무장관, 서영훈 대한적십자 총재, 손학규 의원, 박홍 전 서강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5일장을 끝낸 상주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몽헌.몽준씨 등 유가족은 이날 오전 8시 청운동 자택에서 유교식으로 발인을 했다.

발인에 이어 가로 1.2×1.5m 크기의 영정을 모신 차량과 운구차, 유가족.지인.임직원 등을 태운 운구행렬은 고인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서울 계동 현대사옥에 들러건물을 한바퀴 돈뒤 광화문을 거쳐 서울중앙병원에 도착, 영결식을 가졌다.

영결식이 끝난 뒤 고인의 유해는 이날 낮 1시께 경기 하남시 창우동 선영으로운구돼 유가족들의 오열 속에 부모의 묘 밑에 10평도 채 안되는 땅에 묻혔다.

장지에는 휴일을 맞아 고인이 안장된 검단산으로 등산을 온 시민 200여명이 찾아 분향하며 고인의 별세를 함께 애도하기도 했다.

한편 영결식 하루전인 24일에는 송호경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조문단 4명이 직항편으로 서울에 와 청운동 빈소를 방문, 조문했다.

북한이 조문단을 보낸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북한 조문단은 “북남 사이의 화해와 협력, 민족대단결과 통일 애국사업에 기여한 정주영 선생의 사망에 즈음하여 현대그룹과 고인의 유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전원문과 영전에 바치는 조화를 정몽구 현대차회장 등 유족들에게 전달했다.

현대측은 이날까지 서울 청운동 빈소와 북한을 포함, 국내.외에 설치된 110개의분향소에 모두 33만여명이 조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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