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단양지역 시멘트산업 진단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이 진행되면서 건설업과 함께 대한민국의 중흥을 이끌었던 시멘트 산업. 전국적으로 건설업이 호황을 누리며 1990년대까지 시멘트 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선두주자였다. 당시 공급량은 수요량을 못따라가 많은 기업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고 그로인해 대한민국 경제에서 시멘트 산업은 ‘소금’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IMF체제와 건설경기의 부진은 시멘트 산업에 큰 타격을 줬다. 전국 시멘트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던 제천·단양지역 경기도 최근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됐다.

대형 시멘트기업들은 적자를 면치 못했고 중·소형 기업들은 잇따라 부도를 맞아 호황을 누렸던 시멘트 산업은 옛말이 됐다. 이에 충청매일는 창간 7주년을 맞아 제천·단양지역 시멘트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할지에 대해 모색해 본다. 

제천·단양지역 시멘트 제조업체들이 건설경기 부진과 원자재·인건비 상승 등의 악재가 이어지면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멘트산업 침체현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지역 경기 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시멘트 산업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의 경제 비중은 높다. 특히 단양지역의 경우 심한 편이다.

시멘트 경기가 좋으면 지역 상권도 활발해지고 경기가 침체되면 칼국수집 장사도 않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천·단양 시멘트 산업은 지역경제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국 시멘트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이 지역의 4개 시멘트(현대, 한일, 성신양회, 아세아)업체들은 그동안 순탄한 행진을 해왔다.

대표적 전통산업인 시멘트 산업은 인류생활의 기본인 의식주 중 가장 값싸고 부피가 큰 것으로 우리의 주거환경 조성에 필수적인 건축 재료의 주를 이루는 주력 기간산업이었다.

시멘트 산업은 전형적인 에너지와 자원 다소비형 장치산업으로 국가 경제발전에 큰 공헌과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시멘트 산업은 지난 1990년대까지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태로 호황을 이루면서 대규모 키론을 신축하고 모든 생산시설을 대량 생산체제로 바꿨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적 대혼란기인 IMF지원체제에 들어가면서 건설경기 부진과 시장경기 위축으로 시멘트 산업은 수요는 떨어지고 공급이 과잉되는 현상을 맞게됐다.

단양 성신양회의 경우 1공장(800만t 생산)에 이어 1997년 2공장(330만t 생산)을 증설하면서 연간 1천100만t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건설경기 부진으로 2004년 658만t, 2005년 528만t, 올해는 8월말 현재 337만t을 생산·출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시멘트는 726만t 생산시설로 2004년 555만t, 2005년 456만t, 올해는 8월말 현재 322만t을 출하했다. 현대시멘트는 290만t의 시설로 2004년 152만t, 2005년 84만t, 올 8월말 현재 25만5천t을 생산하고 있다.

아시아시멘트는 500만t 생산시설에 2004년 334만t, 지난해 278만t을 생산했다. 이처럼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시멘트사들의 어려움은 살 얼음 판을 걷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특히 성신양회의 경우는 경영난이 심각한 지경에 놓여 있다.

1967년 창립된 성신양회공장은 남한강 범람으로 두 차례의 수해와 IMF체제를 겪으면서 커다란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 9월말 현재 250억∼26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회사관계자는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연 말까지 350억원의 적자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건설경기가 지금처럼 침체 일로를 걸을 경우 내년에도 적자발생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시멘트는 IMF체제시절, 두 차례의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어려움 속에서도 현상유지를 기록하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현대시멘트 단양공장은 지난달 25일 생산을 중단했다. 회사측은 “시멘트 재고 과다와 생산시설 효율성제고, 원가 절감을 위해 단양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면서 “영월공장은 계속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이 생산 중단과 출하량 저조로 단양군 세수에도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이들 3개 시멘트사가 지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법인세할 주민세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단양군의 3개 시멘트사(성신, 한일, 현대)가 2004년 군에 납부한 법인세할 주민세는 58억8천500만원으로 같은 해 단양군 지방세(164억)의 36%를 차지했다.

건설경기가 침체된 지난해는 24억9천100만원으로 2004년에 비해 57% 감소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68% 감소된 8억1천600만원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 납부현황은 현대시멘트가 2004년 6억8천만원, 2005년 3억3천500만원, 올해 1억1천만원으로 2004년과 비교해 80% 감소했다.

한일시멘트의 경우 2004년 22억8천200만원, 2005년 11억700만원, 올해 6억5천300만원으로 2004년보다 70% 줄었다.

성신양회는 2004년 28억9천300만원, 2005년 10억1천만원이며 올해는 적자운영으로 단 1원도 납부하지 못했다.

시멘트 회사 관계자는 “건설경기 부진과 인건비·원료 가격 상승 등 원가 요인이 높아지고 있지만 시멘트 가격은 1998년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상반기 t당 6만3천원이던 시멘트 가격이 양회간 과다경쟁으로 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같은 가격은 1995년 경유가 ℓ당 400원 하던 때와 같다”며 “생산을 하면 할수록 적자를 보고 있어 시멘트 업계의 도산도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중국산 수입 시멘트와 레미콘 회사의 시멘트 대체제가 쏟아져 나오면서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시멘트의 경우 연간 500만t이 국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시멘트 회사들의 고정 단골 고객인 레미콘 회사들도 지난해부터 시멘트 대체제로 활력발전소 연소재(탄재) 프라이에시(flyash)와 재련 부산물인 슬라그파운더(slagpowder)를 시멘트 혼합용으로 용도에 따라 5∼20% 정도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양은 연 500만t을 웃돌고 있어 국내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도 불황의 한 요인으로 들 수 있다.

이처럼 시멘트사의 매출부진과 건설경기 불황으로 회사들의 씀씀이도 줄어들고 있어 지역경기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점심식사로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있으며 각종 사무용품 구입과 회식이나 모임도 줄고 있어 지역 상인들도 어려움을 맞고 있다.

시멘트 산업은 한때 국가 기간산업으로 인정되면서 급성장했으며 유해환경에 대한 의식이 부족했다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천연광물에 함유된 소량의 중금속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일부 유해 중금속이 지정폐기물 유해물질 함유 기준을 크게 초과한 것으로 밝혀져 시멘트의 중금속 유해성과 관련한 논란이 새롭게 불거지고 있다.  

지난 23일 국내 대형 시멘트업체들이 산업폐기물로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오염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른 단서를 잡고 검찰이 전면 수사에 들어가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업체들은 생산 과정에서 시멘트에 산업폐기물을 넣어 ‘아토피’와 ‘새집증후군’ 등 인체에 해롭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시멘트 제조공정에 문제가 있는지를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시멘트회사 관계자는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우선 건설경기 회복과 노·사간 인건비 동결, 원가절감을 위한 특단의 대책, 전 임직원들의 자구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양회 업체들이 양적인 발전에만 치중한 나머지 품질에 대해서는 별도로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지금부터라도 모든 경쟁의 관건이 품질문제로 전환돼야하며 환경문제도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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