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군의 한 종갓집에서 담가온 덧간장이 거액에 팔리면서 전통간장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이 높다.

350년된 이 덧간장은 최근 한 대그룹회장 댁에 1ℓ가 500만원에 팔리면서 화제가 됐는데 덧간장은 햇간장을 만들 때 넣은 묵은 간장을 이르는 말이다.

덧간장은 지난 4월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대한민국 명품 로하스 식품전’에서 처음 공개되면서 그 가치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서울 인사동 SK HUB아트센터의 한국골동식품예술전에 전시되기도 했다.

보성선씨 영흥공파 21대 종부인 김정옥씨(54)가 맥을 이어온 500만원짜리 덧간장의 맛은 어떨까. 이런 진기한 덧간장이 수백 년 간 명맥을 잇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자긍심을 가질만하다.

덧간장을 담그는 과정은 정성 그 자체다. 김씨는 시할머니가 가르쳐 준대로 늦가을에 메주를 쑤어 말린 다음 1년 이상 묵힌 천일염 간수를 섞어 햇간장을 담근다. 간장이 담긴 독에는 솔가지와 고추, 숯 등을 매단 새끼줄을 쳐 액막하고 아미노산, 핵산 등 대를 물려온 발효균이 든 덧간장을 섞어 보관하는 방법으로 350년 간 명맥을 이어왔다.

전통음식보다는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진 디지털세대들은 덧간장의 출현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영월 신씨 대종가에서 600여 년 간 꺼트리지 않고 지켜온 ‘불씨’와도 같다.

25세에 선씨 종가로 시집온 김씨가 시할머니한테 덧간장 비법을 전수 받아 관리해온 이 간장은 매년 20ℓ를 만들어 차례와 제사용으로 쓰고 있다.

최근 덧간장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 맛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지만 워낙 양이 적어 퍼주거나 팔 수 없으며 맥이 끊기는 것을 막기 위해 시집간 딸에게 대물림하고 있다.

선씨 종가의 덧간장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조선 명문가의 고집스런 전통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식품학적으로도 가치가 높아 값을 매기는 자체가 무의미하다.

김씨가 살고 있는 집은 99칸의‘선병국 가옥(중요민속자료 134호)’으로 넓은 집을 관리할 수 없어 한 때 폐허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후손들은 넓은 한옥과 터를 관리하기 위해 사재를 털었고 전통음식을 팔기도 했다.

지금은 인근 고시원에 방을 임대하고 있고 전통차도 팔며 대추고추장·간장도 만들 계획이다. 

김씨가 살고 있는 선씨가옥은 서원계곡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80년대 이후 두 번 물난리를  겪었다. 다행히 간장 독은 깨지거나 엎어지지 않아 350년 종가의 맛과 전통을 이을 수 있었다.

특히 보국안민(輔國安民)과 광제창생(廣濟蒼生) 사상이 깃든 동학 취회지 외속리면 장안은 1993년 보은취회 100주년 행사가 열린 유서 깊은 곳이다. 같은 해 덧간장이 익어가는 이 고옥에서 바둑기사 이창호가 신춘대국을 두기도 했다.

‘장맛은 묵을수록 좋다’는 격언을 되새기게 만든 덧간장은 그 맥을 잇는데 후손들에게만 맡길 일은 더 이상 아니다.

아쉬운 것은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는 북한의 핵실험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350년의 곰삭은 덧간장 정치인’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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