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의무 안 지키고 안 뽑는 게 이득
오늘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 공공·민간기업 법 테두리 벗어난 편법 횡행 업주 "고용보다는 부담금 납부가 싸게 먹혀"
2023-04-19 최재훈 기자
[충청매일 최재훈 기자] #.보청기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 30대 초반 A씨는 자립을 위해 20대 초반부터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매번 면접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장애인을 우대한다는 곳도 마찬가지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 등의 이유로 외면 받고 있다. A씨는 "자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며 토로했다.
#.충북도 내 한 중소기업은 직원 수가 늘면서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지만 대표인 B씨는 장애인 채용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 않다. 채용할 장애인의 월급과 4대 보험 등의 비용보다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아 내는 부담금이 더 적기 때문이다. 그는 "장애인을 채용한 뒤 비용 문제 뿐만 아니라 관리할 여력이 없다"며 "1년에 한 번 부담금을 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장애인 취업 ‘하늘의 별따기’
장애인 의무 고용 정책이 유명무실하다. 정부가 장애인 경제 활동 보장을 위해 여러 특전을 내세우면서까지 정책 착근에 힘을 쏟고 있지만, 취업 장벽은 여전히 높기만하다.
시대에 뒤처지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과 장애인의 대한 편견 등으로 헤쳐나가야 할 문제점이 많다.
현재 충북지역의 경우 등록 장애인은 9만7천966명으로 도내 인구대비 6.1%다.
이 가운데 경제활동 연령인 15~54세 장애인은 약 9만5천여명이다. 그러나 이 중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장애인은 지난해 기준 34만3천여명으로 고용률은 45.3%로 절반을 넘지 못한다.
부족한 장애인의 일자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이다.
정부에서는 공공과 민간기업 등에서 장애인을 인력 규모 대비 최소 3.1% 이상 채용하도록 의무화했으나 의무고용률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곳들이 많다.
실제 고용노동부에서 공개한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80% 미달 기관 및 기업 명단에 따르면 충북도 내 공공기관 1곳, 기업 7곳 총 8곳이다.
발표한 80% 미달이 8곳으로 100% 충족하지 못하는 기관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의무고용률을 채운 기업 중에도 편법을 사용해 숫자만 맞춘 곳도 있어 실상을 들여다보면 허울뿐인 경우가 있다.
도내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C대표는 "장애인 채용 시 인턴도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로 들어가기 때문에 인턴 기간인 2~3개월 뒤 정직원으로 채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이런식으로 2~3달만 일하고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되는데 자립을 위한 장애인들이 떠돌면 살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심지어 돈 받고 서류상으로 장애인을 채용한 것처럼 꾸며주는 장애인 채용 알선 브로커들도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에게 적은 월급을 주고 서류상으로만 고용한 뒤 재택근무 명목으로 방치하는 등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률 높이기 위해선 부담금 기준 높여야
장애인의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위해 마련된 ‘장애인 고용부담금’ 제도가 장애인 채용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고용법이 1991년 시행된 이후 고용부담금 기준은 바뀐 적도 없고, 국회나 정부 내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진 적도 없다.
32년 간 바뀌지 않은 법정 고용부담금은 최저임금의 60~100%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장애인 의무 고용 인원 채용보단 부담금 납부를 선택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올해 필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민간기업 전체 고용 인원의 3.1%, 공공기관과 공기업은 3.6%이다. 중증 장애인 1명을 채용하면 2명을 채용한 것으로 계산한다.
의무 고용 인원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 매년 고시하는 장애인부담금 부담기초액에 근거해 미달 인원수만큼 부담금을 내야 한다.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하고 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다. 이들이 장애인 채용보다 부담금 납부를 선택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부분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용부담금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기업에서 사실상 고용하는 것보다 부담금이 싸게 먹히니 부담금을 내고 마는 것"이라며 "고용부담금을 최저임금 수준이 아닌 평균임금까지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