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대 홀덤 도박 사이트 운영 일당 검거
자영업자에서 불법 도박사이트 총책 변신한 50대 해외 서버구축·에이전트 조직까지 갖춰 몸집 불려 SNS·홀덤펍 통해 모객 활동…1년6개월 만에 덜미 경찰, 총책 등 28명 송치…도박 참가자 추적 지속
2025-11-25 조준영 기자
[충청매일 조준영 기자] 자영업을 하던 50대 A씨는 주변에서 ‘인터넷 홀덤 도박 사이트가 사업성이 좋다’라는 솔깃한 말을 듣게 된다.
홀덤은 트럼프 카드 게임 일종으로 정식 명칭은 텍사스 홀덤이다. 게임 참가자는 카드 7장을 이용해 우열을 가린다. 카드 배분 과정마다 베팅해야 해 고액이 오가기도 한다.
A씨는 수익이 높다는 말에 인터넷 도박 사이트 총책으로 변신을 꾀한다. 문외한이었던 만큼 홀덤 게임을 잘 아는 지인을 끌어모아 사업 계획을 세운다.
가장 먼저 온라인 홀덤 게임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해외에 서버를 구축했다. 이후에는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홀덤은 바카라와 같은 일반 카지노 게임보다 대중성이 낮아 직접 발품을 팔아야 했다. 타깃은 전국 곳곳에 널려있는 홀덤펍으로 삼았다. 홀덤펍 업주와 손님을 상대로 홍보가 이뤄지면서 도박 사이트는 점점 몸집을 불려 나갔다.
일부 홀덤펍 업주와 손님은 도박 사이트를 이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모객 행위에 나서기도 했다. 더 나아가 신규 고객 상담부터 포인트 충전, 환전까지 하는 중간 운영자 역할을 했다.
A씨는 이들에게 슈퍼 에이전트와 에이전트라는 직함을 주고 수익을 나눴다.
판돈에서 수수료 15%를 뗀 뒤 돈을 나눠 갖는 식이다. 쉽게 말해 판돈이 100만원이면 15만원을 정해진 비율에 따라 총책과 슈퍼 에이전트 그리고 에이전트 순으로 분배하는 구조다.
영업 범위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았다. 동영상 플랫폼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까지 사이트 홍보가 이뤄지면서 참가자는 점점 늘어갔다. 사이트 개설 이후 입금된 돈만 700억원에 달할 정도다.
그러나 A씨는 일확천금을 이루지 못했다. 불법 홀덤 도박 사이트가 전국적으로 성행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로써 자영업자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 총책으로 변신했던 A씨의 ‘인생 2막’은 결국 막을 내려야 했다.
충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년 6개월 간 수사를 벌여 불법 도박 사이트 총책 A씨를 포함한 운영진 8명을 도박공간개설 혐의로 구속, 검찰에 넘겼다. 에이전트로 일한 20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A씨 일당은 2022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불법 홀덤 도박사이트를 개설,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범죄 수익금 34억8천만원을 기소 전 추징 보전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이트 개설한 직후 운영권을 넘겼다. 이후에는 2대 운영자가 사이트를 관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2대 운영자로 지목된 인물과 공범 등을 추적할 예정이다. 또 도박 사이트 계좌 입·출금 내역 분석을 통해 불법 도박 참가자를 특정한 뒤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