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수치보다 무서운 체감경기, 지금 필요한 건 결단이다
2025-11-20 최재훈 기자
[충청매일 최재훈 기자] 요즘 경제가 너무 어렵다는 푸념은 더 이상 특정 계층의 하소연이 아니다.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한 바퀴만 돌아봐도 소비자들은 가격표 앞에서 망설이고, 자영업자들은 하루 매출에 ‘희비’가 아닌 ‘생사’를 걸고 있다. 금리는 여전히 높고, 물가는 내린 듯 보이지만 체감은 다르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불안 심리’가 고착화했다는 점이다.
통계보다 더 정확한 경제 진단은 사람들의 표정에서 읽힌다. 기업은 투자 계획을 미루고, 가계는 지갑을 닫았다. 소비가 줄면 생산이 위축되고, 생산이 줄면 고용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문제는 이 흐름이 일시적인 충격이 아니라 ‘구조적 피로감’으로 자리 잡았다는 데 있다. 고금리·고물가·저성장, 여기에 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 침체가 겹치며 우리 경제는 복합 난제를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은 속도와 방향 모두 아쉽다. 금리 인하 기대는 계속 미뤄지고, 물가가 안정됐다며 지원을 줄이는 듯한 메시지는 시민들의 체감과 괴리돼 있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은 장기 전략이라기보다 단기 처방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국민이 원하는 건 ‘당장의 체감 완화’와 ‘미래에 대한 확신’인데, 두 가지 모두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경제가 다시 움직이려면 가계의 숨통을 트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고금리에 짓눌린 대출 부담을 완화하고, 필수 생계비에 대한 선제적 안정 조치가 시급하다.
기업이 투자를 망설이지 않게 만드는 환경 조성도 중요하다. 규제 완화가 만능은 아니지만 예측 가능한 산업 정책과 입지·세제의 명확성은 기업 심리를 살리는 기본이다. 지역 경제의 활력도 복원해야 한다. 수도권·비수도권 격차가 확대되면서 지방 경제는 이미 임계점에 다가섰다. 지역별 맞춤형 산업과 일자리 전략이 절실하다.
경제는 결국 심리다. 국민이 ‘그래도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시장도 움직인다. 지금 필요한 건 숫자 놀음이 아니라 시민의 고단함을 정확히 읽고 통증을 줄이는 정책이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지만 방향을 잘 잡는다면 회복의 출발점은 언제든 만들 수 있다. 지금은 그 결단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