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농촌 기반 경제 교육으로 재미·흥미·의미를 찾고 있어요"
단양에 '노랑그네' 나라 개국한 박원배 대표
[충청매일 이보환 기자] "땅콩은 땅 위에서 핀 꽃이 땅속으로 내려가 열매를 맺는 특별한 식물이에요. 농부들은 꽃이 필 때 흙을 북돋어줘요. 왜 그럴까요?"(강사)
"흙으로 덮어주면 더 많은 땅콩이 열릴테니까요."(어린이)
"맞아요."(강사)
늦가을 정취가 한창인 11월 초 ‘노랑그네’에서 오간 대화다. 행사 이름은 ‘온가족이 함께하는 알콩땅콩 놀이 경제’. 낯설게 다가오는 단어에는 ‘농촌 기반의 생생한 경제 교육과 도농교류’를 추진하는 한 사람의 열정이 담겨있다.
‘어린이 경제신문’의 발행인 박원배씨다. 그는 18년 동안 경제지 기자로 일하다 2001년 창업해 줄곧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경제교육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노랑그네다. 신문 업무는 원격으로 하고, 단양에 상주하며 노랑그네를 운영하는 박 대표를 만났다.
● 노랑그네가 무엇인지.
높이 8m의 노란색 그네에서 따온 이름인데, 세계에 120개 정도 있는 마이크로네이션(가상 미니국가) 콘셉트예요. 주로 관광을 위해 운영하는데, 우리나라는 나미나마공화국(남이섬)이 유명하죠. 노랑그네는 경제 교육을 위해 만든 마이크로네이션입니다.
마이크로네이션 노랑그네는 충북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1리에 있다. ‘소백산 1번지’로 불리고, 외길에 마을 이름인 ‘엉어실’은 ‘너를 골짜기’란 뜻을 가진 깊은 산골이다.
전통놀이와 농촌 체험을 위해 설립했으나 10년 넘게 활용하지 못하다 지난해 어린이날을 맞아 노랑그네로 변신했다. 400평의 영토와 800평의 농장(쑥맥농장), 한 번이라도 방문한 사람은 노랑그네 국민이다. 선녀와 세 호위무사와 그네가 등장하는 건국 신화와 신화 내용을 단양의 푸른 산에 담은 국기, ‘아이’라는 이름의 화폐, 나라를 둘러싼 호두나무가 나라 나무다. 이런 요소는 스토리 교육의 주요 소재로 쓰인다.
●노랑그네에서는 어떻게 경제 교육을 하는지.
이곳에 들어서면 ‘입국’을 하고, 이민을 하는 콘셉트입니다. 이민자를 위해 정부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일자리를 마련하고, 일을 하면 소득을 제공해요. 이 돈으로 소비와 투자 등 경제 활동을 해요. ‘출국’할 때 저축하고, 재방문하면 높은 금리(10%)의 이자를 받아요.
● 일반 농촌 체험장과 가장 큰 차이는.
이곳은 단순한 농촌 체험으로는 접근성, 시설 등 경쟁력이 전혀 없어요. 노랑그네는 모든 놀이나 활동을 자연스럽게 교육과 연결해요. 예를 들어 무인 마트가 있는데, 음료·스낵 등 대부분 상품이 대한민국에서 ‘수입’한 거예요. 무역이죠. 이 마트는 가격을 소비자 스스로 정해서 구매해요. 실제로 컵라면 하나 가격이 100아이에서 1000아이에 형성되죠. 이를 통해 가격이 ‘물건의 가치’이며, 상품 거래와 가격이 형성되는 시장, 소득에 따른 지출의 차이 등 교과서 내용을 눈으로 확인하고 직접 체험하면서 배워요.
●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창업이에요. 개인이 번 돈을 투자해서 주식회사를 만들고, 계절에 따라 마련한 재료를 사서 먹거리를 만들고, 마케팅 전략을 짜고, 판매와 결산 과정을 거치는 등 실제 창업 과정을 체험해요. 어린이날에 진행하는 ‘어린이 기업가의 날’, 캠핑처럼 가족이 준비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사고 파는 ‘요리조리 경제 캠프’, 감자로 만나는 ‘감~자 봤어?!’, 땅콩으로 배우는 ‘알콩땅콩 놀이 경제’ 등이 있어요. 제가 직접 800평의 농사를 지으면서 만든 프로그램이에요.
● 마을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있다고 들었는데.
주로 방학 캠프 때 운영해요. 마을 유명 식당에서 벼룩시장 물품이나 직접 만든 먹거리를 판매하는 기업가 체험, 원시시대로 돌아가서 마을 주민과 물물교환도 해요.
●‘엉어실 새소리’라는 현수막이 있던데, 그건 무엇인가.
우리 마을(어의곡 1리)신문이에요. 제 능력으로 마을을 위해 할 일을 찾다가 마침 농촌 활성화 공모사업에 선정돼서 만들고 있어요.
● 앞으로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지난 2년 동안 개발, 실행, 참관, 면담 등을 종합한 뒤 귀촌을 결정한 상태예요. 내년에는 쑥맥 농장을 1천500평으로 2배 넓히고, 관광과 역사를 결합하는 단양형 프로그램도 만들고, 함께 뜻을 펼칠 활동할 강사도 양성해요. 마을 신문은 단양 사람들 이야기를 담는 비영리 문화 매체로 재창간하기로 하고 동료를 찾고 있어요. 건강하고 주민 반대만 없으면 2년 내 농산물과 마을 이야기를 결합한 ‘스토리 밸리’로 만드는 게 최종 목표예요. 지난 1년 동안 구상과 스토리 개발을 끝냈고, 내년에 시범 운영, 후년부터 본격적인 관광마을로 운영할 생각이에요. 잘 되면 저의 경험과 콘텐츠를 다른 지역에도 공급하는 계획도 갖고 있어요.
박 대표는 ‘다섯 가지 직업’으로 자신을 소개할 만큼 욕심이 많다. ‘어린이 경제신문’ 발행인, 노랑그네 대통령, 맛집 가마골 식당 주말 알바 사원, 농사꾼(쑥맥 농장 농장주), 엉어실 새소리 편집국장 등이다.
그의 ‘욕심’에서 돈의 비중은 크지 않다. 낯선 곳에서 혼자서, 돈벌이도 시원찮은 일을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재미, 흥미,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