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영 청주오창호수도서관 사서

 

[충청매일] 나의 학창 시절은 아이돌 2세대가 완연히 흥행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남들이 ‘동방신기’, ‘더블에스501’을 좋아할 때 나는 ‘레이디가가’와 ‘뜨거운감자’를 좋아했다. 남들과는 좀 다른 사람이라며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고 생각했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대중적으로 유명해지면 마음이 식기도 했다. 반항심 어린 그 시절의 나처럼 여전히 난 주류보다 비주류가 끌리는 사람이다.

여기 주류보다 비주류에 주목하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 ‘다시 쓰는 착한 미술사’를 쓴 허나영 작가는 미술사의 소수, 즉 마이너리티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마음에 책을 쓰게 됐다고 서문에서 본인의 생각을 밝힌다. 나와 성 빼고 이름이 같은 작가님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셨다니 괜시리 유대감이 생겨 더욱이 책을 눈여겨보게 됐다.

책은 우리가 항상 보던 관점에서 1도가량 꺾어 미술사의 흐름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흔히 우리가 배워왔던 ‘중세-종교중심’, ‘르네상스-휴머니즘’과 같이 답이 정해진 레퍼토리가 아니다. 종교 중심의 예술 활동으로 인해 암흑기로 불린 중세시대에도 사람 사는 이야기가 그려졌고, 황금 전성기라 불리는 르네상스 시대에는 흑사병으로 인해 예술 작품이 마음의 위안용으로 사용됐다는 점은 교과서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내용들이다. 또한 책은 미술사의 흐름뿐만 아니라 작품의 중심인물 외 인물 혹은 요소들에 대해 세심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령 셰익스피어의 ‘햄릿’ ‘제4막 오필리아의 죽음’을 그린 밀레이의 작품에서 작품을 보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오필리아를 주목할 때 작가는 오필리아 주변의 식물들을 주목해 각 식물이 담고 있는 꽃말(메타포)에 대해 알려줘 오필리아의 죽음을 더욱이 극대화 시켜준다.

우리가 비주류라 생각한 작품 속 요소들이 ‘다시 쓰는 착한 미술사’에서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흔히 ‘당신은 당신 삶의 주인공입니다’라는 말이 들어 맞듯이 말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된 책에 대한 호기심은 미술사 속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돼 흥미롭기 시작했고 ‘아! 이 책은 추천해야지’까지 이어졌다. 그리하여 해당 책은 청주오창호수도서관 6개관이 공동 기획하는 북큐레이션 ‘유쾌한 책방’의 2∼3월 도서를 선정됐으며 오는 25일 작가 강연까지 연달아 이어질 예정이다. 도서관 사서를 하며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는 내가 선정한 도서를 읽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와 그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사람들이 공감할 때다.

이번 추천 도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변화를 일으킨 비주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오창호수도서관에서 주관하는 작가 강연을 통해 공감 혹은 책을 이해하는 토론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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