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고대 로마 시대에는 2월이 일 년 중 마지막 달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매년 2월 15일에는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위해 더러운 모든 것을 깨끗이 하고, 죄를 씻어내고, 심신을 정화하는 페브루아(Februa)라는 의식을 치렀다.

라틴어로 ‘정화하다’라는 의미로 2월을 뜻하는 영어 February의 어원이기도 하다. 자신을 정화하는 의식에서 탄생한 2월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면서 우리 삶에 주어진 시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처음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의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며 어린이를 사랑했던 소설가이며 동화작가인 정채봉의 시 ‘첫 마음에’ 첫 연의 문장이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서는 이런 글을 읽게 된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담배를 끊어보겠다는 둥 아내에게 좀 더 친절하게 대해주겠다는 둥 별별 실행하기 어려운 결심을 곧 잘한다. 거울을 들여다볼 때나 사람을 들여다볼 때나 나는 웃는 낯을 하겠다는 나의 결심은 아마 가능할 것이다.”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새해를 맞게 되면 이런 결심 저런 각오를 하는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2022년을 뒤로 하고 2023년 새해 인사를 나눈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저무는 빠른 세월은 우리가 잡을 수 없다. 황금보다 더 귀한 재산이 되는 새로운 시간을 허락받아 누리는 한 해의 365일의 시간이란 땀 흘려 노력하여 얻어낸 것이 아니다. 피 흘려 쟁취한 것도 아닌, 다만 신이 우리에게 무상으로 준 귀한 시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할 2월이다.

1월(January)의 어원은 문(門)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왔다. 문의 수호신인 야누스(Janus)는 문의 안쪽과 바깥쪽을 바라보는 두 개의 얼굴을 지녔다. 올해가 단순히 과거의 연장이 되거나 과거의 반복이 될지, 그렇지 않으면 미래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지는 각자의 시선을 어느 쪽에 두느냐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2월도 그러하다.

길은 매우 가까운 곳에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헛되이 먼 곳만 바라보곤 한다. 어떤 일이라도 실행해 보면 큰 어려움이 없을 수도 있다. 시작도 하지 않고 지레 고통스럽다고 생각해서 가능한 일도 놓쳐버리곤 한다. 천릿길도 발밑부터 시작한다는 선현의 말씀을 새기며 새해 두 번째 달을 맞이하면 좋겠다.

한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결심으로 새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서 목표 달성률이 10배 이상 높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 중 25%는 일주일 안에, 30%는 한 달 안에 그리고 50%는 6개월 이내에 포기해 버린다고 한다. 통계자료가 그렇게 말한다 할지라도 새로운 결심, 새로운 각오, 새로운 목표를 다시 마음에 새기는 2월이 되기를 독자와 함께 소망해본다.

중국 은나라 탕왕이 “나날이 새롭고 또 새롭다”라는 글귀를 대야에 새겨두고 세수할 때마다 읽으며, 자신의 금언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신선한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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