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에 한파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충북지역 혈액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장기화로 혈액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제때 수혈을 받지 못해 생명이 위협받는 사태가 벌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25일 대한적십자사 충북혈액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도내 혈액 보유량은 평균 2.2일분으로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 혈액형별로는 B형 3.3일분, A형 1.9일분, O형 1.7일분, AB형 1.6일분이다.

혈액 수급 위기 단계는 보유량이 1일분 미만은 ‘심각’, 2일분 미만은 ‘경계’, 3일분 미만은 ‘주의’, 5일분 미만은 ‘관심’으로 나뉜다. B형을 제외한 모든 혈액형이 ‘경계’ 단계인 것이다. 코로나19 감염 급증 시기를 벗어난 지난해 여름 혈액 보유량이 9일분까지 치솟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어서 더욱 당황스럽다.

‘주의’ 단계 진입 시 응급환자가 있는 의료기관을 위주로 혈액을 제한적으로 출고하며, 일반적 수술은 혈액이 확보되기까지 연기·취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공급량을 조절한다고 한다. 혈액원은 겨울철 활동량이 줄고 단체 헌혈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고·대학생들의 방학 등이 겹치면서 혈액 수급난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국가 혈액 수급이 재난 상황에 부닥치지 않도록 주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헌혈인구 감소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국내 혈액 건수는 매년 줄고 있다. 지난해 헌혈 건수는 264만9천7건으로 2018년 288만3천270건 대비 8.8% 감소했다. 2021년 혈액 공급도 2019년 대비 5% 줄었다. 인구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헌혈 인구는 줄고, 수혈받는 노년층은 증가한 탓이라고 한다. 저출산 세계 1위인 한국의 세태 흐름을 고려하면 앞으로가 더 막연할 뿐이다.

이처럼 안정적인 혈액 수급은 발등의 불이지만 국민의 자발적 참여 외에는 마땅히 대체방안이 없다는 점이 난감하게 만든다.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고, 장기간 보관도 불가능하다. 적정 혈액 보유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게 최선이다.

우리나라는 대가를 받고 혈액을 제공하는 ‘매혈’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결국 국민들이 헌혈의 집을 꾸준히 찾을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국회에는 헌혈인구 확대를 위해 70세 이상도 헌혈을 허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혈액관리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현행법은 헌혈 가능 연령을 70세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외국에서는 의사 승인이 있으면 고령인 경우에도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호주와 캐나다는 아예 나이 제한이 없다.

헌혈난을 극복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혈액원에서도 기념품, 상품권 지급 등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헌혈 시 유급휴가 제공 같은 좀 더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해 보인다. 물론 헌혈 캠페인 등 홍보를 통한 국민의 의식 전환은 기본이다.

그러면서도 국민 참여를 늘릴 획기적이고도 효과적인 특단의 방안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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