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삶이란 ‘만남의 연속’이다.

새로운 만남으로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며, 인연이 다하면 헤어지게 마련이다.

내가 ‘J’와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된 것이 1998년 5월 한국교원대학교(청주 강내면 소재)에서 였다. 우리는 교원대기숙사에서 6주간 합숙으로 교장강습을 받게 되어 있다. 23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기억은 어제같이 생생하다.

“강습생 가운데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있으니 병원엘 다녀오라”라고 연수담당자의 부탁으로 ‘J’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는 경기교육청 체육장학사로서 체격이 당당하였지만 오른팔 마비증세가 있었다.

그는 첫 번째 부인과는 결혼생활 10년 만에 사별을 하고, 영어교사였던 올드미스와 재혼하여 아들 하나를 얻었으나 그녀조차 한 달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결혼생활 25년에 부인 둘과 사별을 했으니 세상에 그런 기막힌 일이 있단 말인가?

우리 둘은 새벽 5시만 되면 함께 테니스를 치는 등 막역(莫逆)한 사이가 되었다. 강습이 끝날 무렵이 되자 그의 건강도 거의 회복되었다. 헤어지면서 ‘청수회’라는 테니스 동호회를 조직하여, 연 2회 부부동반모임을 갖기로 했다. 그해 겨울 부산 해운대에서 ‘청수회’모임을 가졌는데 팔등신의 미인 하나를 데리고 왔다. “너무 젊어서 부담스럽지 않아?”라고 나는 농담을 하였다. ‘J’는 그녀에게 나를 ‘나의 은인’이라고 인사 소개했다.

우리 둘은 교장, 장학관 등으로 승승장구하며 우정을 돈독히 했다. 청주에서 85회 전국체전이 열릴 때는 우리들은 경기도와 충북의 체육과장으로서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교육장으로 정년퇴직하자마자 ‘J’에게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였다. 연금을 않고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아 부동산에 투자했는데 재산 대부분을 젊은 여자가 독차지했다는 등! 내가 중국에서 5년 동안 근무하면서 우리는 한 동안 소식이 끊어졌다.

코로나 사태로 3년 전 귀국하니 ‘J’는 외딸 홀로 쓸쓸히 병석을 지키는 가운데 이승의 인연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 번 결혼한 ‘J’는 두 부인과는 사별(死別)하였지만, 세 번째 부인에겐 버림받은 악연으로 마감했다.

요즈음 삼불행(三不幸)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초년출세(初年出世·젊어서 출세), 중년상처(中年喪妻·중년에 부인을 잃는 것), 말년빈곤(末年貧困·말년에 돈이 없는 것)이 그것이다. ‘J’는 ‘중년상처’로 말미암아 ‘말년빈곤’까지 당하여 종국에는 불행한 최후를 맞았다.

인생이란 만남의 연속이다. 좋은 만남에는 좋은 선택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한다. 선택에는 그 사람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깃들어 있다. 선택에 따라 한 개인의 운명이 좌우 된다. 특히 배우자의 선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우자란 한 가정의 근간이 된다.

세 번째 부인을 잘못 선택함으로써 불행한 최후를 맞은 ‘J’의 처지를 나의 교훈으로 삼는다. 지금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는 아내가 그저 한없이 고맙기만 하다. 물방울들이 모여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 내듯이, 우리는 아름다운 만남을 통하여 행복의 무지개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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