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420년 전국시대, 어느 날 위(魏)나라 문후가 신하 이극(李克)에게 물었다.

“집안이 어려워지면 현명한 아내를 생각하게 되고, 나라가 어지러워지면 현명한 재상을 생각한다고 했소. 신하 위성자(魏成子)와 적황(翟璜) 중에 누가 재상으로 적합하겠소?”

이에 이극이 대답했다.

“소신의 어리석은 말보다는 군주께서 직접 그 둘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평소에 그들이 어떤 사람과 가까이 어울리는가를 살피고, 그들이 추천한 이들이 어떤 인물인가를 살피고, 그들이 어떤 공이 있는가를 따져보면 누가 적합한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문후가 말했다.

“그대의 말을 들으니 내 깨닫는 바가 있소. 재상을 누구로 할지 결정했소.”

이극이 궁궐을 나오다가 적황을 만났다. 적황이 이극에게 물었다.

“소문에 군주께서 그대에게 재상을 누구로 할 것인가 물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군주께서는 누구를 재상으로 정하셨답니까?”

이극이 대답했다.

“위성자가 재상에 오를 것입니다.”

이에 적황이 안색이 어두워지며 말했다.

“나는 누구보다 위성자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가 저보다 나은 것이 없는데 어찌 그런 자가 재상에 오른단 말입니까? 이전에 군주께서 업 지역이 혼란한 것을 걱정할 때 제가 서문표를 추천하여 혼란을 다스렸습니다. 군주께서 중산을 정벌하고자 할 때 제가 장군 악양(樂羊)을 추천해서 중산을 함락시켰습니다. 그리고 중산을 다스릴 사람으로 제가 선생을 추천하였습니다. 또 군주께서 태자의 스승을 찾고 있을 때 제가 학식 높은 굴후부(屈侯?)를 추천했습니다. 이런 제가 어찌 위성자만 못하단 말입니까?”

그러자 이극이 말했다.

“그렇다면 대부께서 저를 추천하신 것이 재상 벼슬을 얻기 위함이었단 말입니까? 군주께서 제게 재상에 관해 묻자 저는 직접 살펴보면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위성자가 재상이 될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어찌 대부께서 위성자와 비교될 수 있습니까? 위성자가 추천한 복자하(卜子夏), 전자방(田子方), 단간목(段干木) 세 사람은 문후께서 스승으로 삼으신 분들입니다. 그러니 대부께서 추천한 사람과 무슨 비교가 되겠습니까?”

그러자 적황이 당황해하며 이극에게 고개를 깊이 숙였다.

“제가 어리석어 선생에게 말을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웅심부잡(雄深浮雜)이란 사람이 품은 뜻이 크고 깊은가, 들뜨고 추잡한가를 말한다. 평범한 사람은 그저 범소(凡小)라 칭한다. 조감(藻鑑)은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다. 다른 건 몰라도 사치와 허황된 욕심을 부리는 사람을 멀리하면 인생의 큰 불행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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